감악산 백패킹

파주 감악산 임꺽정봉에서 백패킹을 했다. 원래 계획은 산 정상에 가려던게 아니었다.  Go outfitter에서 구입한 매력적인 해먹을 테스트 하기 위해 감악산 인근의 잣나무 숲이 목적지였다.

인터넷에서 감악산 인근 잣나무숲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나 이외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인근에 새로 묘지들이 조성 중이어서 이곳에서 혼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저번에 서리산, 축령산에서의 실패에 따른 경험으로 해먹과 텐트를 동시에 가지고 갔었다.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 해먹에서 텐트로 장비를 교체하고 감악산 들머리로 향했다.

들머리는 법륜사로 잡았다. 법륜사 입구에가 막혀있어 인근 약 500미터 아래의 주차장에 주차하고 새로산 오스프리 배낭을 매고 등산을 시작했다.

중간에 ‘악’자가 들어간 산은 돌이 많다고 했는데, 과연 감악산은 돌 천지였다. 최근에 내린 폭우로 산은 땅속에 있던 돌들을 토해냈다. 

이번에도 코스를 잘못타서 산행이 어려웠다. 4시반에 등산을 시작했기에 해가 지기전에 정상에 도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까치봉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정상으로 향했다. 그 길은 죽음의 길이었다.

*100대 명산답게 수많은 산악회에서 다녀갔다. 

감악산 정상까지는 거의 길이 없었다. 돌들이 있을 따름이었다. 불규칙하게 산재해 있는 돌들을 딛고 위로 향했다. 돌길을 흙길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매 걸음 걸음 몸의 균형을 맞춰야 했다.

돌들도 날 힘들게 했지만, 모기나 날파리들도 내 얼굴을 괴롭혔다. 얼굴 보호하기 위해 망사를 샀는데, 가져오질 않았다. 이 모기나 날파리는 처음부터 같은 놈들이 따라오는지 아니면 중간에 저희들끼리 바통터치를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정상에 가까이 다가가기까지 꾸준히 날 괴롭혔다. 

19시 5분에 해가 떨어졌지만,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은 19시 15분 쯤 겨우 정상에 도착했다. 멋진 구름과 발아래 펼쳐진 구릉들을 찍었다. 정상석이 있는 이 곳은 텐트치기가 적당하지 않아, 더 넓고 좋은 곳으로 가려고 했으나, 완전히 어두워져서 억지로 텐트를 치고 정상석 곁에서 하루밤을 보내기로 했다.

정상에 힘들게 도착한 나를 위한 보상으로 정사각형 프라이팬 겸용 라면식기에 라면을 끊였다. 이 정사각형 라면기에는 물을 많이 부을 수 없기 때문에 라면을 끓이면 평소보다 짜게 끓일 수 밖에 없다. 국물이 적으니, 버리는 국물없이 모두 내 위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요즘 케토제닉 다이어트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건 삼겹살도 소고기도 아니다. 하얀 쌀밥이나, 수제비, 라면 등 탄수화물이 세상에서 가장 맛난 것이다.

셀카를 수십장 찍고 난 후 새로 구입한 지산DSD 799로 음악을 좀 듣다가 일찍 잠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약간의 경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늪에 빠진 것처럼 잠이 왔다. 

이틑날 좀 늦잠을 잤다. 해돋이를 놓쳤다. 대충 커피만 마시고 짐정리를 했다. 부지런한 중년 남녀가 내가 있는 임꺽정봉으로 왔다. 같은 사진동호회 사람인데, 부부는 아니었다. 

일반적으로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해돋이 보고 간단히 아침과 커피를 마시고 최대한 빨리 내려와 집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감악산은 어제 너무 늦게 허둥지둥 올라와서 하산하면서 좀 둘러보고 싶었다.

일단 감악산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넓은 헬리포트가 있어서 텐트치기가 딱 좋았다.

그 아래로 좀 걸어가면 정자가 있고, 텐트칠만한 장소가 또 나왔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이라 풀들이 높게 웃자라 있어 텐트는 그 풀들을 다 베어버리고 나면 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블로그에 나온 사진들에 나온 장소가 바로 여기였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오고자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어제 내가 잤던 임꺽정봉에서의 하루도 좁긴 하지만 조망은 임꺽정봉도 훌륭하다.

하산하는 까지봉길은 내가 올라왔던 길보다 훨씬 수월했다. 내려오는 길에 폭포도 보고, 출렁다리도 건넜다. 이렇게 갖은 여유를 부렸는데도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잣나무숲에서의 하루밤은 다음으로 미뤄졌지만, 계획을 빨리 수정하고 실행한 덕분에 무사히 감악산 임꺽정봉에서 무사히 백패킹을 할 수 있었다. 

새로 구입한 오스프리 AG 65는 정말 훌륭한 배낭이다. 몸에 착 감기듯 달라붙어 실제 무게보다 훨씬 덜 무겁게 느껴졌다.  전에 사용하던 그레고리 데날리 프로보다 6분의 1 가격인데, 성능은 2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번 배낭 교체는 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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