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지옥을 경험하다. (2019 5월6일 ~ 7일)

 
충북 제천에 있는 금수산 미인봉 근처의 손바닥바위전망대에 백패킹을 갔다.
 
백패킹 유튜버인 도토리tv의 영상을 보고 경관이 수려해서 백패킹 목적지로 정했다.대부분의 백패킹 유튜버들은 본인들이 간 장소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장소를 알려주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려서 자연경관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는게 그 이유다. 그러나 나는 이런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 왜 좋은 곳을 본인만 독차지 하려고 하는가?  내가 그동안 많은 곳에서 백패킹을 해본 경험에 따르면 이상한 사람은 만나기 힘들었다. 휴지를 버린다거나 자연을 훼손한다던가 그런 인간은 보지 못했다.
 
물론 새벽까지 떠들고 지랄하는 몰상식한 인간이 있기는 하다. 그런 인간들은 확률적으로 어디든지 일정부분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니면, 아마도 좋은 장소가 알려지면 사람들이 많아져서 본인이 나중에 백패킹갈 때 자리가 없을지도 모든다는 걱정때문에 장소를 알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어느 경우라도 장소를 알리지 않고 백패킹 동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는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소를 알려주는게 의무는 아니지만 정보 공유 차원에서 권장되어야 할 일이 아닐까?
 
금수산의 손바닥바위전망대는 끝까지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 유튜버인 도토리 tv의 화면을 분석하면서 겨우 알아냈다.  절 입구에 종이 있는데, 바로 옆이 등산로의 시작점이다. 영상의 이 부분과 어떤 블로그의 포스팅에서 유사점을 발견하고 여기가 바로 ‘거기’임을 알아냈다.
 
아마도 장소를 알아내는데 너무 신경을 많이 썼던 탓일까? 이번에 배낭을 싸면서 젓가락과 휴지를 챙기지 못했다.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었는데, 결국 음식과 관련한 중요한 물품 2가지를 빼먹었다.
 
금수산 들머리를 정방사로 맞추고 산행을 시작했다. 정방사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꽤 오랫동안 올라간다. 입구에서부터 주차장까지 걷는다고 생각하면 완전히 지쳐버릴 것이다. 족히 2km 이상되고 20도~30도 정도의 경사길이다. 그날 등산을 위해 올라가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등산객과 마주친 경우도 두 번 뿐이었다.
 
이날 산행은 사전준비가 부족했다. 다른 사람의 불로그 글에 의존한 산행이었고, 정확히 정방사에서 내가 가는 목적지인 손바닥바위전망대까지 몇 km가 되는지도 잘 몰랐다. 단순히 미인봉을 지나 학봉에 도착하지 전에 손바닥바위 전망대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만 있었다.
 
등산로도 암릉구간이 많아 쉽지 않았다. 다리가 짧으면 불편한 구간들이 좀 있었다. 바위 틈새로 몸을 구겨넣어서 지나가야하는 구간도 있었다. 그런 구간들은 배낭을 앞으로 던져 놓고 몸만 빠져나가야 했다.
 
바위구간이 많다 보니 바위를 우회하다가 길을 잃었다. 약 40분 정도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겨우 등산로를 찾았다. 보통 산악회 회원들이 헛갈리는 구간에는 작은 산악회 깃발표식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길을 안내하곤 하는데, 금수산은 산악회의 길안내 표식마저 많이 부족했다.
 
아무리 낮이라도 등산로를 벗어나서 헤매게 되면 두렵다. 일단 길이 아니다 보니 발을 헛디딜 수 있어 부상의 위험이 있다. 예상치 못한 동물들의 습격이 있을 수도 있다.
목적지인 손바닥바위전망대까지 도착하는데 3시간 40분 가량 걸렸다. 중간에 길을 잃어 헤맸던 구간을 제외하면 약 3시간 코스의 거리다.
 
목적지에는 나밖에 없었다. 아마도 평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청풍호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은 멋졌지만 여기보다는 좀더 높은 학봉데크가 조망이 더 좋을 것 같았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하는 순간 젓가락과 물티슈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식욕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가져온 음식 중에서 소시지 2개를 올리브 기름에 볶아 먹었다. 맛있기도 하고 허기도 달랠 수 있어서 다음에도 소시지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티슈가 없어 설겆이가 불가능했으므로 그냥 커피 한잔만 마시고 식사를 마무리했다.
 
 
등산 중에는 Bulletproof에서 나온 프로틴바를 2개 먹고, 저녁 후 후식으로 한개를 더 먹었다. 이 프로틴바가 허기를 멈추는데 역할을 하는 듯 했다. 평소보다 꽤 많이 걸었는데도 배고프지 않았다.
 
가져온 황태와 견과류에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저녁때 구름사진을 액션캠으로 타임랩스 비디오를 찍었다. 밤에는 Lumix 카메라로 별사진을 타임랩스로 담았다. 과연 어떤 영상이 나올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날 하산할 때 벌어졌다.
 
원래 백패킹에서 하산길은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편하다. 이미 내가 올라왔던 길이라 길을 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작용한다.
등산 후 좀 쉬다가 바로 하산하는게 아니라, 하루밤 쉬다 오는 거라서 체력적으로도 문제없다. 배낭속의 각종 음식물들은 이미 내 위장으로 들어가서 배낭히 게도 올라올 때보다 가볍다.
그래서 여러모도 하산길은 부담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하산길이 너무 힘들었다. 이미 올라오면서 한번 길을 잃었던지라 내려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무척 신경을 썼다.
그런데도 길을 잃었다. 뭔가에 씌인게 분명하다. 여기는 바위가 많아 돌아가는 구간이 많아 방향감각을 잃기 쉽다.
 
어렵게 좁은 바위틈 구간을 지나 미인봉 갈림길에서 길을 잃었다. 산악회의 표식도 잘 보이지 않았다.
능선이 아닌 계곡 쪽으로 타고 내려가다가 길없는 길에 지쳤다. 그래서 다시 능선을 올라가서 등산로를 찾기로 결심했다.
 
능선위로 올라가기 위해 다시 등산을 하다가 어느순간 60도에서 70도 사이의 경사면에 붙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건 암벽타기와 다름없다. 문제는 등에 10kg 이상의 배낭이 있다. 무게중심 때문에 뒤로 넘어갈 수 있다. 그 점이 가장 무서웠다. 발을 안정적으로 디딜 수 있는 돌을 찾아야 했고 손으로 잡을 곳이 마땅치 않을 때는 무릎으로 땅을 지지하고 등산스틱을 갈고리 삼아 나뭇가지에 걸어서 몸을 잡아 당기기도 했다.
 
등산로에서 벗어 난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등산로 바로 옆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올라가다보니 무슨 동물인지 모르지만 작은 똥들도 보였다.
 
겨우 능선에 올랐지만 여전히 등산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위험하더라도 계곡을 타고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산속에서 길이 없는 길을 가자니 시간이 무지하게 많이 걸렸다. 무엇보다도 내가 내딪는 발이 안정적으로 나를 받쳐줄지가 의문이었다. 돌들이 많아서 잘못 디디면 발을 접지를 수 가 있다.
 
중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카오맵을 켰다. 산의 능선들이 표시되고 녹색으로 등산로도 표시가 되었다. 나는 확실히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다시 능선을 기어올라가면 등산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앞서의 경사 70도의 암벽등반(?)에 질려서 그냥 길없는 계곡길을 느린 속도로 내려갔다. 등산 장갑과 등산스틱이 큰 도움이 되었다.
카카오맵에서 등산로가 표시되다니! 왜 진작 그생각을 못했을까? 그냥 일반적인 도로만 표시해 줄거라고 짐작하고 카카오맵을 통해서 등산로를 찾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진작에 알았으면 이렇게 심한 고생은 안했을텐데.
 
카카오맵으로 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가면서 겨우 인가가 보이는 곳으로 내려왔다.
내가 어제 차를 주차한 들머리인 정방사와 반대편으로 내려왔다.
학현관광농원으로 나왔는데, 여기서 정방사까지 어떻게 가야하는가게 큰 난제였다. 몸이 너무 지쳐있었다. 7시반에 정상에서 출발해서 산을 빠져 나온 시간이 오후 1시였다.  무려 5시간 반을 산에서 해멨다.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처음에는 버스를 탈려고 했다. 카카오택시도 호출해 보았으나 응답이 없었다.
 
나중에 걸어가면서 안 사실이지만 이 동네에는 택시가 없다. 편의점도 없다. 그래서 물도 구할 수 없고 허기를 채울수도 없었다. 그나마 카페는 간간이 있었다.
버스정류장은 있으되 언제 버스가 올지 알수가 없고, 택시도 없어 막막했다.
걸어가지 않을 마지막 방법은 히치하이킹이었다. 내 행색이 거지꼴이라 승용차들은 보내고 트럭을 골라 손을 들었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트럭을 세워줬는데, 정방사와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중이라 결국 히치하이킹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트럭 주인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정방사로 걸어가는 길을 아주 자세히 알려주셨다. 그때만해도 걸어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서 아무생각이 없었다.
아저씨는 소나무들이 길가에 있어 좀 멀긴하지만 시원하게 그늘로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걸어가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결국 걸어서 정방사로 갔다. 6.2km의 거리다. 걸어가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하기까지 버스정류장을 찾으려고 방황했던 거리까지 생각하면 약 7km 정도를 걸었다.
 
 
걸어가면서 내가 구도자같이 느껴졌다. 발바닥의 껍질이 살짝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일어났던 일을 액션캠으로 촬영했다면 어드벤처 다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배낭을 열어 뭔가 꺼낼 기운조차 없었다. 살아남는게 먼저다.
과연 아저씨 말대로 소나무들이 마련해 주는 그늘들과  청풍호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시원한 편이었다.
가져왔던 물은 다 떨어졌다. 목구멍이 안쪽에서부터 타들어간다. ES리조트라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입구에 사무실이 있어서 정방사 가는 길을 물었다. 그리고 물을 한잔 청했더니, 흔쾌히 물을 주신다.
 
정방사 입구에 도착해서는 적당한 곳에 배낭을 숨겨두고 맨몸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방사 입구에서 주차장까지 약 2km거리인데 계속 오르막길이라 힘들었다.
배낭을 내동댕이치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귀중품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악으로 깡으로 배낭을 짊어지고 주차장에 결국 도착했다. 앞으로 산행할 때 짐을 더 줄여야겠다. 이제 의자는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겠다. 겨우 몇십분 편하게 앉아보겠다고 의자를 짊어지고 다니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잠잘때 쓰는 슬리핑패드도 가장 가벼운 놈으로 한번 알아봐야겠다.  버너도 가볍고 튼튼한 놈으로 골라봐야지.
 
집에 와서 몸을 살펴보니, 그래도 다친데가 없었다. 조금 긁히긴 했지만 발을 삐지도 않았고 발톱이 빠지지도 않았다.
무사히 온전하게 돌아와서 다행이었다.
 
단 한발자국의 잘못된 방향선택이 엄청난 결과를 야기했다. 인간이 만든 친절한 등산로 바로 옆은 늪이자 지옥이었다.
 
오늘 산의 무서움을 제대로 깨달았다.
다음에는 배낭을 더 가볍게 하고 필요한 물품을 더 잘챙겨야겠다.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더 갖춰서 백패킹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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