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산-축령산 백패킹

최근에 약 한달정도 백패킹을 쉬었더니 몸이 근질거렸다. 최근에 go outfitter에서 구입한 해먹을 테스트할 겸 해서 혼자 백패킹에 나섰다. 텐트를 같이 가져갈까 망설였지만, 무게때문에 해먹만 가지고 갔다.

해먹을 잘 걸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한 결과 경기도 가평에 있는 서리산으로 선택했다. 서리산은 일전에 와이프랑 잣나무 숲에 가벼운 맘으로 갔다가 텐트 폴대를 안가져가서, 바로 철수해야만 했던 아픔인 있는 곳이었다. 그때 내려오다가 와이프는 다리를 접지르는 불상사까지 겪었다. 

축령산자연휴양림 제2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4시쯤 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라 처음에는 힘들었다.  높은 산이건 낮은 산이건 간에 약 20kg의 배낭을 메고 오르는 산은 힘들 수 밖에 없다. 중간중간에 쉬면서 방울토마토로 허기를 달랬다. 힘들때는 ‘내가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하나?’ 라는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내려올 때의 상대적인 가벼움을 생각하면서 참아냈다. 그리고 정상에서의 편안하게 라면과 커피를 먹는 상상을 하면서 육체적 고통을 견뎠다. 

서리산은 등짐이 없다고 가정하면 그렇게 힘든 산은 아니다. 계속해서 오르막이 있긴 하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고, 중간중간에 평탄한 능선도 종종 나타나서 등산이 아니라 산책하는 느낌까지 주었다.  5월이면 한반도 모양의 철쭉이 핀다는 철쭉동산의 데크를 지나 길을 잘못들어 길없는 숲에서 잠깐 헤멨다. 잠깐 동안이지만, 숲에서는 방향감각을 찾기가 어려웠다. 방금 내려온 데크를 찾을 수가 없었다.  10분 정도 헤멘 끝에 겨우 서리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잠깐동안이지만 공포스러웠다. 

서리산 정상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근처에 해먹을 걸 만한 나무를 찾았다. 다행히 서리산에서 축령산 방향으로 가는 바로 초입에 괜챦은 나무가 있었다. 그때 그 나무에 해먹을 걸고 쉬었어야 했다.

 

*이때만 해도 웃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다가오는지도 모른채….

 

유투브에 비박의 고수쯤 되는 사람이 서리산에서 비박하기 좋은 장소를 추천했는데, 서리산에서 축령산으로 가는 방향에 헬리포트가 있고 그 헬리포트의 바위 뒷편에 근사한 잣나무 숲이 있다고 했다.  어느 산이든 정상에는 큰 나무는 드물고 잡목이 많다. 그래서 해먹을 걸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그래도 서리산 정상에는 해먹을 걸만한 두 그루의 나무가 있긴 있었다. 그때 욕심을 버리고 거기에 해먹을 걸었어야했다.

헬리포트 뒤의 근사한 잣나무숲을 찾기 위해 축령산 방향으로 바삐 움직였다. 시계는 이제 6시 반를 넘기고 있었다.  몇번의 내리막과 오르막, 평탄한 능선을 지나서 헬리포트를 발견했다. 텐트를 가져왔다면 텐트치기 딱 좋은 장소였다. 그런데 나에게는 텐트가 없다.  널찍한 바위가 있어 그 뒤편으로 가보려했으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짐을 놔두고 해먹 걸 자리를 한참 찾아보다가 포기하고 축령산 방향으로 가는 길에 아무 곳이나 적당한 나무가 있으면 해먹을 설치할 생각으로 다시 움직였다.  이제 날이 곧 어두워질것이므로, 나의 육체적 피로와 그에 따른 잡생각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다리는 후달거렸지만 아까보다 더 절실하게 움직였다. 

해먹을 칠 자리를 살펴보면서 걷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헬리포트와 같이 오픈된 장소가 아닌 숲속에 해먹을 친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부담스럽다. 게다가 서리산과 축령산을 그렇게 헤메는 동안 단 한사람도 마주치지 못했다. 이상했다. 유명한 산인데 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까?’

저번에 해발 1,400m의 방태산을 오를 때에도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지만, 두렵거나 무서운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거기는 오픈된 장소였고, 정상에 위치한 평탄한 자리였다. 아마 그런게 있나보다. 인간은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는 무의식적인 불안감을 느끼는가 보다.  저번에 예빈산에서 만난 비박꾼이 말한 게 기억났다. ‘모든 산들은 산 나름대로의 기운이 있는데, 잣나무 숲은 음기가 강하다.’ 그래서 그 비박꾼은 그런 잣나무 숲같은 곳에는 절대로 혼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이번에 그것을 확연히 느끼고 있었다. 숲은 울창해서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터라 바닥이 아직 축축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산에서 하룻밤 자는 걸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서리산 정상에 머물렀다면 비박을 했을텐데, 내 과욕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 멈춰야할 때를 알아야하는데… 여하튼 무지하게 많이 걸었다. 총 6km 정도는 걷지 않았을까? 주차장으로 내려왔을 때 8시 30분경이 되었고,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서리산은 나와 잘 안맞는가 보다. 두번이나 비박에 실패하다니… 먹지 못하고 무거운 짐을 메고 많이 걸은 탓에 몸무게는 전날보다 1.2kg이나 줄어 있었다. 힘든 산행을 마치면 늘 그렇듯, 온몸 구석구석이 타 들어가는 것 같다. 배낭을 멘 어깨가 욱신거린다. 배낭무게를 좀 더 줄일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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