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성인대 백패킹 (2018.10.8)

백패킹 목적지를 정할 때 주로 인터넷 검색에 많이 의지한다. 일단 가까운 경기도 인근의 산들을 선호한다. 평일에 휴가를 낼 수 있으면 강원도 등 좀 더 먼 곳으로 장소를 정한다. 이번에는 5일 연휴로 토요일, 일요일은 집에서 쉬고, 월요일부터 2박3일 솔로 백패킹을 나섰다. 요즘에는 유튜브에 백팩커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설악산 성인대 백패킹은 ‘야만인들’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2명의 백패커가 성인대 바위틈에서 비박하는 모습을 보고 목적지로 정했다. 

*이 채널 엄청 재밌다.  괴물들이다. 그 바람을 바위틈에서 견뎌냈다는 것이…

사실 오늘의 목적지는 설악산 성인대는 아니고, 성인대를 경유하여 신선봉에서 1박을 하려고 했다. 신선봉으로 가는 최단코스는 미시령 고갯길의 지금은 폐쇄된 옛 휴게소 뒷편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시령 꼭대기에 차를 몰고 올라가니, 휴게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생태축 공사중이어서 주차장 이용이 불가능했다. 신선봉으로 가는 입구도 찾을 수가 없었다.

*미시령 정상은 공사중. 이 부근의 등산로는 현재 사용불가능.

계획을 바꿔서 화암사 입구로 차를 몰았다. 화암사를 들머리로 해서 성인대를 거쳐 신선봉으로 오를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제1주차장에 세웠다. 월요일이라 주차장은 한가했다.  절 안에 진입해서 최대한 등산로와 가까운 곳에 주차하려고 했으나, 화암사 일주문 앞에 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세개의 철제 봉이 세워져 있어 다시 1주차장으로 돌아왔다. 

1주차장에서 장비를 준비 중이었는데, 어떤 차가 화암사 일주문 옆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옆의 좁은 길을 통해 화암사 일주문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일주문 옆을 통과해서 위로 쭉 올라가서 제2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제 1 주차장에 세웠더라면 상당한 거리를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해서 체력소모가 상당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들머리를 제대로 못찾아서 한참 아래에 차를 주차하고 등산로 입구까지 아스팔트를 걸어서 올라가느라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한 경우 말이다. 저번에 예빈산에서 백패킹할 때 그런 경험을 했다. 앞에 도로가 보이면 무조건 끝까지 올라가야 한다.

인터넷에 검색한 등산로 입구는 화암사 안에 있는 것으로 기억되어 일단 화암사 안으로 들어갔다. 절을 쭉 둘러보아도 등산로 입구 같은 건 보이질 않았다.

 

다시 절을 빠져 나와서 성인대로 올라가는 입구를 발견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답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볏짚 같은 것으로 엮은 매트가 군데군데 깔려 있어서 마치 우리집 뒷편 산책로를 걷는 느낌이었다. (우리집 뒤편의 산책로에도 이런 볏짚 매트가 깔려 있다.)

등산하기 매우 쉬운코스였다. 경사도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정말 뒷동산 오르는 것 처럼 편안했다. 화암사 입구에서 성인대까지 약 1.2km 정도 거리였는데, 도착하니 5시에 가까워서 신선봉은 포기해야 했다. 

중간 중간에 이름모를 곤충들이 땅바닥을 기어다닌다. 색깔이 참 오묘하다. 그런데, 밟혀 죽은 녀석들이 많아서 안타까웠다.

성인대에서 울산바위가 보인다. 그리고 속초시내도 한눈에 보인다. 멋진 경치다. 신선봉이 어떨지 모르지만 성인대도 충분히 훌륭하다. 성인대에서 신선봉까지는 2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데, 도중에 해가 질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멈춰야만 한다. 백패킹 할 때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Manfrotto 미니 삼각대에 파나소닉 LX100을 거치하고 셀카를 마구 찍었다. LX100은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내 모습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요즘 백패킹할 때 항상 들고 다닌다.  

 

*까마귀들이 엄청 많다. 

마지막으로 성인대에 오른 분들이 울산바위를 감상하고 내려갔다. 6시가 좀 넘었는데, 이제는 텐트를 쳐야할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헬리포트에 치려고 했는데, 헬리포트에서는 울산바위가 소나무에 좀 가려져서 앞으로 전진해서 신선대에 텐트를 쳤다.

*이 바위들 사이에 텐트를 쳤다. 그리고 지옥문이 열렸다.

신선대에 커다란 바위 사이에 텐트를 치면 바람을 어느정도는 막아줄 것 같았다. 바로 밑은 45도의 경사로 떨어지는 바위 비탈길이었고, 그 아래는 수직 낭떠러지여서 좀 위험하긴 했다.  바위틈에 팩이 들어가는 틈이 있으면 팩을 쳤고, 여의치 않은 곳은 주위에 있는 무거운 돌을 줏어서 텐트를 고정했다.

이 때만 해도 바람이 그렇게 심하게 불지는 않았다. 간단히 고추참치캔과 견과류로 저녁을 해결했다. 

어두워지고 나니, 점점 바람이 거세졌다. 그래도 견딜만해서 별사진을 인터벌로 찍기 위해 텐트 밖에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놓고 4초 간격으로 울산바위 쪽 별들을 찍었다. 카메라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좀 되었지만, 텐트 내부와 줄로 연결해서 날아가더라도 잃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조치는 취해 두었다.

*처음 찍어본 타임랩스. 중간에 보면 별똥별도 지나간다~

1시간쯤 지났을까?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텐트밖에 놓아 둔 카메라를 다시 안으로 들였다. 잠자기 위해 침낭안에 누워 있었으나, 잠드는 건 불가능했다. 텐트가 좌우로 너무 흔들려서 이때부터 심각하게 철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헤드랜턴 조명과 함께 사람이 내 텐트 옆으로 쓰윽 지나가는게 아닌가? 그 순간 좀 무서웠다. 도저히 이 시간에  어둠과 세찬 바람을 뚫고 위험한 바위를 건너 이 곳까지 사람이 올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서는 텐트 안에 걸어둔 내 랜턴이 흔들려서 내가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이제는 바위 위에서 내 텐트가 있는 아래로 누군가가 조명을 쏘고 있었다. 누군가 텐트 칠 장소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텐트에 조명을 직접적으로 쏘지 않았으면 한다. 사생활을 침해 받은 느낌이 들고, 놀라기도 했다.

이제 텐트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공중부양하고 있었다. 어렵게 틈을 찾아 꽂아 둔 팩은 바람에 다 뽑혀서 춤을 추고 있었다. 너무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어 팩을 잡아서 분리할 수가 없었다.  팩은 텐트 일부를 찢어버렸다. 

텐트가 슬슬 절벽쪽으로 밀리고 있었다.  내 몸무게로 억지로 텐트를 지탱하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밤에 하산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여기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등산로가 평이해서 하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억지로 차박을 해야할 상황이었다.

짐을 다 싸서 짊어지고 걸어나올 때 바람때문에 몸이 휘청거렸다. 여기서 쓰러져서 뒹굴면 요단강 건너는 것이다. 하산하기 위해 헬리포트를 거쳐 키작은 소나무들을 지나쳐 가는데, 옆에 텐트 한 동이 보였다. 아까 텐트 칠 곳을 찾다가 바위 위 말고 여기에 텐트를 친 모양이다. 텐트를 지나쳐서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와서 바람의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았다. 바람이 불고 있었으나 텐트가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서는 텐트가 견딜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텐트 옆에 짐을 풀고 텐트를 쳤다. 그때가 새벽 1시쯤 된 것 같다.  새벽에 망치로 팩을 박는 것은 아주 예의없는 짓이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성인대를 지나, 울산바위가 가장 가까이 보이는 신선대 위의 소나무들이 키가 작고 가지가 팔이 부러진 것처럼 꺽여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신선대에서는 절대 텐트를 치면 안되는 곳이다. 충분히 텐트가 날아가고도 남을 만한 강력한 바람이었다. 

성인대-신선대 백패킹은 지금까지의 백패킹 중에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내 텐트는 폴대가 1개라서 자립이 불가능해서 팩다운이 필수여서 바위 위에서도 팩다운없이 자립할 수 있는 경량텐트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자립가능한 텐트라도 그런 바람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새벽 5시부터 벌써 인기척이 느껴졌다. 일출 보러 아침 일찍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새벽 5시면 최소 새벽 3시반부터 올라왔을텐데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아 일출은 아예 없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바람도 아침에는 불지 않았다. 왜 밤에만 그렇게 거친 바람이 부는 것일까?

*아침인데 마치 저녁무렵같이 보인다.

*설악산을 떠나면서 바라본 울산바위

내 몸이 맞닿아 있는 토대가 흔들리면 어떤 감정이 되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바람은 지진으로 따지면 진도 7~8 정도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축대가 무너지고 땅이 갈라질 정도의 위력과 같은 것이다.

성인대-신선대는 한 낮의 그 장엄한 풍경과 저녁때의 강렬한 바람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설악산 성인대(신선대)에서 백패킹할 때 주의할 사항

-울산바위를 가까이서 조망하려고 신선대에 텐트를 치면 지옥문이 열린다. 소나무 팔이 꺽여 있는 건 이유가 있다.

-1주차장이 있으나 등산로까지 제법 거리가 있으니, 일주문 옆으로 차를 몰아서 제 2 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

-신선봉으로 올라가는 최단코스 입구는 현재 공사 중이니, 공사가 끝날 때까지는 화암사를 들머리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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