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1977)

체코 츨신의 작가 보후밀 흐라발이 1977년에 쓴 130페이지 내외의 자전적 중편소설이다.

주인공 한탸는 지하에서 폐지를 압착하는 비천한 일을 하면서 맥주를 즐기는 고독한 노인이다.  노동의 비천함에도 폐지더미 속에서 찾아낸 책들은 그에게 인간의 정신성과 존엄성을 일깨워준다.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장은 매번 비슷한 문구로 시작한다. 마치 주문이라도 외우듯이. 이 책은 읽으면서 매우 독특하다고 느껴졌는데, 이전에 다른 작가들에게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문체와 스타일 때문인 듯 하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소설을 썼다고 해야할까? 현실과 과거, 환상 등이 교차해서 약간 어지러운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다 읽고 나면 단단한 중심축이 느껴진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삼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족히 3톤은 압축했을 백과사저너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

쓸모없는 것을 파괴하는 와중에 더 고귀한 무엇인가가 탄생한다는게 아이러니하다.

‘지하실에 감금된 몽상가이자 정신적인 인간인 한탸는 자신이 숭배하는 대상을 파괴하는 일로 먹고사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아름다움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렇게 그는 부조리와 겨루며 죄의식을 느끼지만 결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는 않으며 스스로를 지킬 줄도 안다.  그렇더라도 한탸의 입에서 나오는 비통한 독백은 전체주의 사회의 공격에 맞선 저항의 외침으로 들린다. 한탸는 책을 구해내면서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구하려 하지만, 효율적이고 균일화된 세계를 상징하는 젊은 세대에 직면해 이 문화의 불가피한 종말을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무분별한 발전으로 인해 오히려 퇴보하는, 노예화되고 우둔해진 사회에 대한 정치적이며 철학적인 우화로도 읽힐 수 있다.’ – 이창실(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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