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

 

신영복 선생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유명한 책인데 아직 읽지 않았다.  ‘담론’은 2015년에 출간된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책이다.  2016년에 돌아가셨다.

약간은 산만하고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는 이책의 핵심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게 관계다 . 그리고 최고의 관계는 서로를 따뜻하게 해 주는 관계, 깨닫게 해주고 키워주는 관계다.

 

어찌보면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의 핵심과 통하는 면이 있다. 남녀관계를 비롯해서 세상의 모든 관계가 서로를 따뜻하게 해주는 관계, 깨닫게 해주고 키워주는 관계라면 갈등따위는 없을 것이다. 진정한 지상낙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결국 사람이 왜 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요약하면 위의 문장과 같다. 우리가 살면서 문사철, 시서화를 통해 인식의 범위를 확장해야 하는 이유도 더 좋은 관계를 위해서다.

책의 전반부는 주로 중국의 고전을 텍스트로 삼아 강의한 내용을 담았는데, 다루고 있는 범위가 광범위하고 한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책 차체가 구두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옮겨놓은 형태라서 주제의 통일성이라든지 구조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좀더 주제를 좁혀서 책을 위한 책을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새로운 책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나는 저자의 중국고전 해석이나 자본론에 대한 관점도 좋았지만 그의 20년이 넘는 수형생활에서 느낀 점을 고전과  결부시켜 얘기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특히 자살하지 않은 이유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다음 구절은 기억에 남는다.

내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습니다. 겨울 독방에서 만나는 햇볕은 비스듬히 벽을 타고 내려와 마룻바닥에서 최대의 크기가 되었다가 맞은편 벽을 타고 창밖으로 나갑니다. 길어야 두 시간이었고 가장 클 때가 신문지 크기였습니다. 신문지만한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 있음의 어떤 절정이었습니다.

 

내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가 햇볕이라고 한다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하루하루의 깨달음과 공부였습니다. 햇볕이 ‘죽지 않은’ 이유였다면 깨달음과 공부는 ‘살아가는’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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