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발병기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2006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무렵 회사생활 9년이 넘도록 승진을 못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매일 이어지는 야근에 몸도 힘들었다. 과식와 운동부족으로 거의 80kg에 육박하는 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친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주고자 천호식품에서 나온 마늘즙을 사먹었다.  (박그네를 탄핵시킨 촛불시위를 폄하한 김영식이 운영하는 그 천호식품이다. -게쉑~)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늘즙을 먹은뒤로 살이 쭉쭉빠지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마늘즙의 막강한 효능인줄로만 알았다. 1개월만에 거의 10kg가 빠졌다. 동시에 물을 엄청나게 먹고 소변이 자주 마려웠으며, 탄산음료도 많이 마셨다.

그런데 그것은 결코 건강한 감량은 아니었다고 느꼈졌다. 너무 쉽게 피로를 느꼈고, 기운이 항상 없었으며 어지러움증도 자주 느꼈다. (내가 흡수한 영양분이 세포로 흡수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다 빠져나가니 당연한 결과다.)

너무나 어지러워서 어쩔 수 없이 보건소에 가서 피검사를 했는데, 보건의가 빨리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그때 혈당이 500이 넘은 것으로 기억한다. 처형이 있는 메리놀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혈당수치가 700이 넘었다. 메리놀병원은 부산에서는 약 70년된 아주 오래된 병원인데 700이라는 당뇨수치는 병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라고 했다.  길거리에서 쇼크사 하더라도 이상한 수치가 아니라고 했다.

천호식품의 마늘즙이 아마도 당뇨 발병의 트리거가 되었을 것이다. 처음 발병하고 2개월간 500을 넘나드는 혈당수치로 인해 나의 장기들은 많은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병원에 난생처음 입원하고 배에 인슐린 주사도 맞고 하면서 점차로 혈당수치는 낮아졌지만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코 정상으로 회복하지는 못했다.  너무 젊은 나이에 당뇨가 발병해서 암울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나는 거의 90% 확률로 시력을 잃을 것이고, 혈당관리를 잘못하면 발목을 자를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들을 들었다. 평생 당뇨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기본 옵션이었다.

평생 당뇨약을 먹으면서 음식조절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게 담당 내분비내과 선생님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그 음식조절이라는 것이 식품교환표를 참고해서 칼로리를 복잡하게 계산해야하는 그야말로 거지같이 어려운 작업이어서 충실하게 수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일정기간 충실히 수행하더라고 혈당이 정상으로 조절되는 것도 아니었다. 당뇨약을 먹는데도 말이다.

당뇨인의 필수품인 혈당측정기를 사용해서 공복혈당 뿐아니라, 식사 후 혈당을 자주 측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식사 후 혈당은 먹은 음식 종류에 따라 차이가 많았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면 혈당이 높이 올라갔고, 두부나 고기류를 먹으면 혈당이 안정적이었다. 그때부터 탄수화물을 적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3대 영양소의 하나인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몸의 다른 면에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에 관한 책들과 탄수화물의 위험에 대한 책들을 섭렵하면서 그러한 불안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한 책들을 읽고나서 3개월 이상  탄수화물의 섭취를 심하게 제한하고 검사를 받았는데, 몸상태가 거의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담당의사가 굉장히 놀라워했다. 도대체 뭘 하셨길래….? 하면서….) 그 뒤 다시 긴장이 풀리면서 탄수화물을 마음껏 먹었는데, 수치가 다시 악화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저탄수화물 식단을 시작하고자 한다. 최근에 읽었던 책인 ‘지방을 태우는 몸’, ‘최강의 식사’를 참고해서 고지방, 중단백, 저탄수화물 음식섭취가 내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여기에 기록하고자 한다.

Biohacking은 내몸을 실험하는 행위다. ‘n=1’ 은 표본 수가 나 하나 뿐이라는 의미다. 물론 사람의 몸은 모두가 다 다르다. 그래도 내몸을 생체실험해서 나오는 결과들은 나와 같이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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