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인 – 데이비드 이글만 (2017)

쉽고 재미있는 뇌과학 입문서이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들은 이미 여기 저기서 읽었던 내용이긴 하지만, 그 내용들을 집대성하여 알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어 뇌과학 관련 여러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느낌이다.  6부작 방송도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방영한 적이 없다. 어느 방송사라도 좋으니 방송으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태어날 때 인간은 무력하다. 우리는 걷지 못하는 상태로 약 1년, 자기 생각을 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되기까지 또 2년,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까지 도 여러 해를 보낸다. 다른 많은 포유동물들과 비교해보라. … 기린은 몇 시간 만에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 동물계를 두루 살펴보면, 우리의 친척들은 태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놀랄 만큼 독립적이다.

언뜻 보면 이것은 그 동물들의 커다란 장점인 듯하지만 실은 한계다. 새끼 동물들이 빨리 발달하는 것은 녀석들의 뇌가 주로 미리 정해진 절차에 따라 회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가 갖춰져 있다는 것은 융통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14p

어떤 의미에서, 당신이 지금의 당신으로 되는 과정은 이미 있었던 가능성을 처내는 과정이다. 당신이 지금의 당신으로 된 것은 당신의 뇌 속에서 무언가가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가 제거되었기 때문이다.-16p

긴 유년기 내내 뇌는 연결들을 꾸준히 감축하면서 자신을 특수한 환경에 맞춘다. 이것은 뇌와 환경을 조화시키는 영리한 전략이다. 그러나 위험 요소들도 동반한다. 발달하는 뇌가 적절한, 곧 ‘예상된 환경(음식과 보살핌이 주어지는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면, 뇌는 정상적인 발달을 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19p

당신의 모든 경험 감각은 당신 뇌의 물리적 구조를(유전자들의 발현부터 분자들의 위치와 뉴런들의 구조까지) 바꾼다.  당신이 태어난 가정, 당신의 문화, 친구들, 직업, 당신이 본 모든 영화, 당신이 나눈 모든 대화,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신경계에 흔적을 남긴다. 이 지워지지 않는 미시적 각인들이 모여서 지금의 당신을 만들고 미래의 당신을 제약한다. -31p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뇌와 몸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조금씩(시계의 시침이 움직이는 것처럼) 변화한다. 예컨대 당신의 적혈구들은 4개월마다, 피부세포들은 몇 주마다 완전희 교체된다. 약 7년이 지나면, 당신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가 다른 원자로 교체될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당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당신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당신의 버전들 모두를 연결해주는 상수가 하나 있다. 바로 기억이다. -34p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신뢰할 만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재구성의 산물이며, 때로는 신화에 가까울 수 있다. -41p

당신의 뉴런들이 수조 개의 연결을 끊임없이 형성하고 재형성하면서 독특한 패턴을 이룬다는 사실은 당신과 유사한 존재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지금 당신이 의식적으로 알아채는 경험은 당신 특유의 것이다. 그리고 물리적 재료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우리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미완성 작품이다. -52p

당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광경, 소리, 냄새)은 직접 경험이 아니라 캄캄한 극장 안에서 펼쳐지는 전기화학적 연극이다. – 58p

시각이란 눈에 들어온 광자들을 뇌의 피질이 손쉽게 해석하는 활동이 아니다. 오히려 시각은 온몸이 참여하는 경험이다. 뇌로 들어오는 신호들은 훈련을 거쳐야만 유의미하게 해석될 수 있고, 그 훈련은 그 신호들을 우리 활동의 감각적 귀결들과 비교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서만 우리의 뇌는 시각 데이터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할 수 있게 된다. – 64p

직접 손뼉을 쳐보라. 모든 일이 동기화되어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리가 더 신속하게 처리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떻게 그런 느낌이 들 수 있을까?  그 느낌은 실재 지각이 절묘한 편집의 최종 결과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뇌는 신호들이 도달하는 시점의 차이를 은폐한다. 뇌가 제시하는 실재는 실은 실재의 때늦은 버전이다. … 이 같은 동기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기이하게도 당신이 과거에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순간이 발생한다고 당신이 생각할 때,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다. 감각들에서 유래한 입력 정보를 동기화하는 대가로 우리의 의식적인 알아챔은 물리 세계보다 시간적으로 뒤처지게 된다. 발생하는 사건과 그것에 대한 당신의 의식적 경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시각 간극이 있다. -72p

기억의 목적은 중요한 사건들을 기록해둠으로써 당신이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당신의 뇌가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정보를 동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은 기억할 가치가 크다. … 우리가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 상세한 기억이 떠오르면 우리는 그 일이 느린 동작으로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고 느낀다.-96p

우리가 새로운 솜씨를 연습하면, 그 솜씨는 의식 아래로 가라앉아 물리적 하드웨어가 된다. 어떤 이들은 그런 하드웨어를 ‘근육 기억’으로 부르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솜씨가 근육에 저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컵 쌓기와 같은 익숙한 과정은 뇌 속 빽빽한 연결들의 밀림 전체에 의해 수행된다. -115p

해리스의 표현을 빌리면, 노숙자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시스템들을 차단함으로써 우리는 그의 구걸을 거리낌없이 거절 할 수 있게 된다. 바꿔 말해 그 노숙자는 비인간화되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의 뇌는 노숙자를 사람이 아니라 물체에 더 가깝게 본다. 행인들이 노숙자를 진지하게 배려할 개연성이 낮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비인간화는 집단학살의 핵심요소다. 나치가 유대인을 인간보다 저급한 무언가로 보았듯이, 구 유고슬라비아의 세르비아인은 무슬림을 그렇게 보았다. -221p

집단학살은 오로지 비인간화가 대규모로 일어날 때만 가능하며, 대규모 비인간화를 위한 완벽한 도구는 선전이다. 선전은 타인들을 이해하는 일을 담당하는 뉴런 연결망들을 정확히 파고들어 타인들에 대한 우리의 공감을 약화한다.  우리가 이미 목격한 대로, 우리의 뇌는 정치적 의제들에 의해 조작되어 타인들을 비인간화하도록 조작될 수 있고, 그 결과로 인간 행동의 가장 어두운 측면이 현실화될 수 있다. -223p

일부 동물들은 자외선을 볼 수 있다. 코끼리는 아주 먼 곳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개가 경험하는 실재는 온갖 냄새를 풍긴다. 방금 언급한 감각기관들은 외부 세계의 데이터를 내부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유전자들이 고안한 수많은 방법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진화는 실재의 다양한 단면들을 경험할 수 있는 뇌를 제작했다.

이런 진화의 귀결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감각기관들에 어떤 특별한 구석이나 근본적인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다. 그것들은 단지 우리가 복잡한 진화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감각기관들일 뿐이다. 우리는 그것들에 매여 있지 않다. -238p

적당한 뇌-기계 접속 기술과 무선통신 기술이 있다면, 당신이 크레인이나 지게차 같은 대형 장비를 멀리서 당신의 생각을 통해 무선으로 조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당신은 삽질을 하거나 기타를 치면서 딴 생각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일을 하면서 그런 기계들을 조종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감각적 되먹임까지 제공된다면, 당신의 기계 조종 솜씨는 더 향상될 것이다. 그 되먹임은 시각적으로 제공될(기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당신이 지켜보는 방식일) 수도 있고 심지어 당신의 체감각 피질에 데이터를 공급하는(당신이 기계의 움직임을 느끼는) 방식으로 제공될 수도 있다. -247p

우리는 뇌가 학습을 통해 소화할 수 있는 신호의 유형에 어떤 이론적 한계가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거의 모든 유형의 물리적 몸과 세계와의 상호작용 방식이 실현 가능할지도 모른다. 당신의 확장된 부분이 지구 반대편에서 임무를 수행하거나 달에서 암석을 채취하는 동안 당신은 여기에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것도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타고난 몸은 인간다움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먼 미래에 우리는 우리의 물리적 몸뿐 아니라 자아감도 근본적으로 확장할 것이다. 새로운 감각 경험들과 새로운 유형의 몸놀림에 익숙해짐에 따라 우리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물리적 속성들은 우리가 느끼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 우리의 정체성의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표준적인 감각들과 표준적인 몸의 제약이 사라지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될 것이다. 우리의 먼 후손들은 어쩌면 우리가 누구였고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했는지 이해하느라 애를 먹을 것이다. 인류 역사의 현 시점에서 우리는 가까운 미래의 후손들보다 석기 시대의 조상들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248p

개미들이 충분히 많이 모이면, 하나의 초유기체가 발생한다. 그 초유기체는 자신의 기초 단위들보다 더 수준 높은 속성들을 가진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창발’이라고 한다. 창발이란 단순한 단위들이 적절하게 상호작용함으로써 더 큰 무언가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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