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 마르쿠스 가브리엘 / 김희상 옮김 (2017)

왠만하면 한 번 집어든 책은 맘에 안들어도 끝까지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중간에 멈췄다.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문장도 이상하다. 한글인데 자꾸만 문장을 몇 번씩 읽게 만든다.

내가 결정적으로 읽기를 멈춘 부분은 이 대목이다.

‘세계는 모든 의미장이 나타나는 의미장이다. 따라서 모든 다른 의미장은 하위 장으로 S1에 나타나야만 한다. S1에 세계가 나타났고 세계 안에서는 모든 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2와 S3 역시 S1과 <나란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S1 <안>에도 나타나야 한다. 정의에 알맞게 모든 것이 그 안에서 나타나는 세계가 S1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2는 두 번 존재한다. 한 번은 세계와 <나란히>, 다른 한 번은 세계 <안>에. 그러나 S2는 세계 옆에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세계 옆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S3과 다른 모든 의미장을 두고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세계가, 다른 의미장들과 나란히 나타나는 하나의 의미장에서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로써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122p

여기서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다. 이 말같지 않은 말, 문장 같이 않은 문장으로는 의미가 명료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저자가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면, 저자의 텍스트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냥 내 생각이다. 이럴 때면 저자 자신도 자기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된다. 진정한 실력자라면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게 쉽게 써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저자 자신도 자기가 무슨말을 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 책의 번역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엉망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 비해 이책은 저자 자신이 뭘 제대로 알고나 있는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무식한 탓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결국 이 책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책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책은 중간에라도 덮어 버리는게 답이라는 걸 느꼈다. 나에게 시간은 소중하다. 이상한 텍스트를 머리를 쥐어짜며 붙잡고 있고 싶지 않다. 세상은 봐야할 것, 읽어야할 것, 들어야할 것으로 넘쳐 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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