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하수관의 반격

어제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싱크대 하수관이 막혀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다.  뚫어펑류의 화학제품을 어제 1통 시도했었다.  소용없다. 내가 이정도로 뚫릴 것 같으냐? 하고 말하듯 싱크대 하수관은 아주 완강하다.  평소 싱크대 서랍장에 가려져 있던 하수관을 직접 손봐 주기로 했다.  엉성하게 감긴 검은 절연 테이프를 제거하고 싱크대 바로 밑의 ㄴ자 하수관을 분리했다.  그리고 그 내부를 청소했다. 엄청나게 꽉 막힌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청소를 해줬으니 이제는 내려가겠지 하고 다시 하수관을 결합한 뒤 본드로 이음새를 붙이고 절연 테이프로 꽁꽁 싸맨다. (물론 이 과정은 손재주가 좋은 와이프가 담당..ㅎㅎ)  그리고 뚫어 펑을 두 통(4리터) 드리 부었다.  불안한 마음이 든 건 이 용액을  마음놓고  드리 부을 수 없다는거.  조금 따르고  용액이 내려가길 한참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역시 시원하게 뚫린게 아니다. 뭔가가 막혀있다.

결국 전문가를 불렀다.  우리집 싱크대는 인테리어를 해서 원래 싱크대 자리가 아니라고 한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같이 생긴 고성능 셕션기를 가져온 전문가는 현재 싱크대를 셕션하고 그 밑의 일자관을 특수 고챙이로 후벼판 후 막힌 곳은 현재 싱크대가 아니라 원래 싱크대 자리가 있던 하수관이라고 하다. ㄷ자로 된 싱크대의 반대편 서랍장을 분리한 뒤 다시 작업을 하는 전문가 아저씨. 역시 전문가답다.  지금껏 나와 와이프는 헛물을 켜고 있었다.  전문가를 부르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 했다. 작업완료 후 싱크대에 거하게 물을 받아 놓고 한꺼번에 물을 내려보는 테스트를 한다.  물은 거침없이 싱크대 구멍을 통해 하수관으로 그야말로 빨려 들어간다. 속이 시원하다. 오래 변비를 앓다가 시원하게 변을 보는 느낌이랄까?  물개박수를 칠 뻔했다.

전문가의 작업비용은 6만원이다.  무거운 기계를 끌고 일요일 저녁에 출장와서 더러운 오물을 만지고 서랍장을 분해하면서 받은 작업비로는 적은감마저 들었다. 그야말로 3D 업종이긴 하지만 어느 집이든 한번은 하수관이 막히게 되어 있어 수요는 무궁무진할 것 같다. 갑자기 모 종편에서 방영하는 ‘서민갑부’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부부에 관한 얘기였는데 입주청소는 기본이고, 집안을 쓰레기장처럼 해놓고 사는 인간들의 집을 치워주는 사업을 해서 떼돈(?)을 버는 얘기였다. 30대 초 중반으로 보이는 이 전문가도 그런 서민갑부가 아닐까?

인류가 화성에 갈 준비를 하고 있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뺨을 후려갈기는 이 시대에 로마시대에 발명되었을 하수관의 막힘조차 DIY로 해결할 수 없다는게 씁쓸하긴 하다. 새로 집을 지을 때 하수관의 막힘까지 감시하고 막혔을 때 자동으로 청소가 가능한 폭발장치 같은게 있으면 어떨까? 물론 전문가의 직업유지도 중요하긴 하지만, 하루종일 막힌 싱크대 하수구 때문에 기분 잡치고 스스로 고쳐보려고 생고생한 걸 생각하면 참으로 억울하다. 그냥 휴일 하나를 도둑맞은 느낌이다. 어떤 막힘이든지 처음에는 그 정도가 가늠이 되지 않아 어떻게든 스스로 노력하는 법이다. 문제는 그 노력의 과정에서 서서히 기분이 나빠지게 되고 심하면 가정불화까지 야기된다.

그래도 해결되어서 참 다행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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