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대폰의 죽음

 

중학교 2학년 딸애 소유의 휴대폰을 박살냈다. 집에 굴러다니는 조금 묵직한 망치로 힘껏 내려쳤다. 파편이 여기저기 튀어서  박살나자마자 황급히 진공청소기를 돌렸다. 따지고 보면 싱크대 하수관이 막힌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싱크대 하수관과 씨름하고 있을 때 딸에게 트레펑을 사오라고 시켰다. 대답이 없다. 다시한번 말하니까 가기 싫다고 짜증섞인 소리를 낸다.  부모는 몇년 묵은 싱크대 오물들과 사투를 벌리는데, 그깟 심부름 하나를 안해준다. 여기까지만 해도 어찌어찌 참아줄 수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을 확인하고 말았다.

지금 딸애가 소유한 삼성 스마트폰 (아니 소유했던)은 부모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중고시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박살난 이 폰을 사기 전에 LG G2를 딸애가 사용 중이었는데 중학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짓거리를 하다가 나에게 발각되어서 압수당했다.  그때도 나에게 많이 쳐맞고  2G폰으로 다운그레이드 되었는데, 중고시장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2g폰의 유심칩을 꼽아서 사용해 왔다.

처음에 이것도 사실 천인공노할 범죄 행위였으나, 어린 나이에 얼마나 스마트폰을 하고 싶었으면 저렇게까지 할까 해서 그동안 묵인해 왔다.  그리고 일탈행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mobilefence라는 자녀보호 앱을 삼성 스마트폰에 깔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내 비밀번호를 해킹하거나 혹은 폰을 초기화하는 방법으로 자녀보호앱을 자꾸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5번정도 반복된 것 같다.  ‘다시는 내 허락없이 폰을 초기화 하거나, 내 비번을 해킹해서 자녀보호앱을 가동중지 시키지 마라. 담에 한번 더 그렇게 하면 니 폰은 박살난다.’ 이것이 내 마지막 경고였고, 트레펑 심부름을 거부한 그 날 컴퓨터를 확인해 보니 감시 앱이 작동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침대에 누어 휴대폰을 깔작거리는 딸에게 사실 여부를 다시 확인 한 후에 휴대폰을 뺏어 거사를 치뤘다.

휴대폰을 망치로 내려칠 때 몸안에 그동안 축적되어 있는 딸애와 관련된 ‘화’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사춘기를 지나왔지만 우리 시대에 부모에게 함부로 말대꾸하고 소리지르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요즘은 수시로 당한다. 그래도 자식이니 참았지만 이번 사건은 아니다.

부모를 수시로 속인 것이다. 5번이나 그냥 넘어갔는데, 마지막 경고도 무시하고 지 멋대로 행동한다. 부모가 정해 준 규칙을 너무 쉽게 무시하고 정해진 선을 넘어간다.  정해진 선을 넘으면 큰일 난다는 두려움이 없다.  작은 범죄도 그렇게 시작되고 나중에는 큰 것으로 발전할 것이다.

사춘기의 자식은 악마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잠자고 휴대폰 하는 시간이 더 많은 우리집 악마는 언제쯤 정신을 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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