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집, 밴라이프 – 김모아 글/허남훈 사진 ( 2018 )

 

이 책을 읽기 이전에도 캠핑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평범한 가족이 집팔고, 아이들은 퇴학하고 낡은 버스 개조해서 만든 버스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가족 여행에세이인  ‘빼빼가족 버스몰고 세계여행’를 읽고 난 뒤다. 그 후에 캠핑카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졌는데, 다시 이 책을 통해서 캠핑카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살아났다.

‘빼빼가족’이 모든 걸 던지고 버스하나로 세계여행을 떠난 거라면, 이책의 저자인 김모아씨와 허남훈씨는 직업을 유지한 채 캠핑카로 한국을 여행한다.  글을 쓰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편집하는 디지철 노마드의 삶이다. 캠핑카는 캠핑카 제작업체에서 1년간 대여했다고 한다.  책에는 두 사람의 캠핑카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이 그려져 있다.  김모아씨나, 허남훈씨는 생각이 참 깊은 젊은이로 느껴지지만, 왠지 글이 좀 어둡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끝이 있다는 걸 항상 염두해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그 느낌을 글에 녹였으니, 비장하지 않을 수 없다. 

‘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캠핑카 로망을 갖고 있었지만, 언제나 ‘은퇴 후 노년에’라는 단서를 붙였다. … 그때 가서 우리에게 밴라이프를 실천할 만한 힘이 남아 있지 않으면 어떡하지?’ ‘지금 못하는데 그때라고 할 수 있을까? ‘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는 노후를 대비한답시고 젊음을 양보하고, 노인이 되어서는 젊은 날을 후회하거나  질투하며 그때가 좋았지, 혀를 차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12p

많은 사람들이 노후를 위해, 자식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희생한다. 다행히 요즈음의 회사 분위기는 ‘워라벨’을 추구하고 있어 미래를 위해 현재를 마구잡이로 희생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시간은 보장해 준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지금 하면서 살고 싶었다. 오늘을 희생해 다가올 내일이 아무리 안락하다 할지라도, 지금 우리에게 고단하고 불행한 시간이 더 길다면, 우리는 그것을 차마 행복이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15p

‘어찌 보면 여행이란 나 스스로 자처하는 우연의 행로다. 여행의 시작과 도중에 아무리 철저히 계획을 해봐도 삶과 마찬가지로 무엇을 만나고 잃고 얻고 느끼게 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여행중에 우연이 데려다주는 그 설렘과 호기심을 매일 느끼고 싶어 이렇게 밴라이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03p

최근 영풍문고에서 점심시간에 읽은 ‘불행피하기 기술’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애초에 아무리 세밀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어떤 우연에 의해서 계획은 틀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처음 세웠던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크게 실망하지말고, 계속해서 계획을 미세조종해서 방향을 올바로 잡아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실제 삶이란 그런 것인 것 같다. 뭐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게 없지 않는가?

‘사정없이 비가 쏟아진다. 언젠가 그칠 비처럼 언젠가는 이 삶도, 이 밴라이프도 끝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 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보이지 않는 다음을 향해 달려갈 용기를 내야겠다. ‘ 자연스럽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임을 이전엔 미쳐 몰랐다.’ – 2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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