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2011)

왜 좀비들은 보수정당에 투표하는가?

이 질문이 항상 궁금했다. 경제적으로 상층에 자리잡고 있지도 않은 돈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왜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것일까? 집권당이 뭔 짓을 하더라도 그들은 보수정당에게 표를 던진다. 내가 가끔씩 좀비집단이라고 부르는, 박근혜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기반이 되는 그들의 뇌 속이 궁금했었다.  유시민이 쓴 ‘국가란 무엇인가’ 그에 대한 한가지 답변이 나온다.

 

카를 마르크스가 부르주아지라고 불렀던 자본가 계급을 포함하여 문명의 모든 시대를 지배했던 계급에게 베블런은 유한계급이라는 듣기 좋은 이름을 선사했다. 유한계급은 생산적 노동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생산적 노동이 창출한 것을 약탈하고 활용하는 계급이다. 그리고 그들은 보수주의의 몸통이다. … 사유습성과 생활양식을 바꾸고 조정하는 작업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누구에게나 귀챦고 번거로운 일이다. 유한계급은 돈과 권력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생활환경의 변화에는 압력을 느끼지 않는다.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그래서 현존하는 제도와 지배적 생활양식은 모두 옳고, 합당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한계급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하위 소득계층 유권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선거를 할 때 주로 진보정당이 아니라 보수정당에 표를 준다. …. 이미 말할 것처럼 유한계급은 부유하기 때문에 혁신을 거부한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나 가난해서 보수적이다. 혁신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기존의 사유습성을 바꾸는 것은 유쾌하지 못한 일이며 상당한 정신적 노력을 요구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생각하고, 기존의 사유습성을 바꾸는데 대한 본능적 저항감을 극복하려면 힘겨운 노력을 해야 한다. 지배적 생활양식에 순종하면서 일상적 생존투쟁을 견뎌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 과업을 수행하기 어렵다. 풍요로운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에 불만을 느낄 기회가 적어서 보수적인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보수적인 것이다. 생활환경 변화에 적당한 압력을 느끼면서도 학습하고 사유할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서 주로 가장 뚜렷한 진보주의 성향이 형성되고 표출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유시민이 말한 이러한 이유 말고도 분단상황에서 언론을 장악한 유한계급의 끈질긴 세뇌화 작업도 좀비 양산의 한 원인이다.  사는데 너무 지쳐 있으면 혁신이고 진보고 나발이고 간에 모든게 다 귀챦기 마련이다.  돈 많은 놈들에게 투표하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해서 그들에게 투표하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좀비들은 사는 것 자체가 너무 버거워서 보수정당에 투표하거나, 아예 투표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슬프다. 그런걸 아는 사악한 놈들이기에 더더욱 가난한 이들은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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