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늙어봤나 나는 젊어봤네 (2015) – 도야마 시게히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96세 되는 영문학자이자 대학교수였던 수필가의 인생2모작에 대한 충고를 모은 에세이집이다. 92세때 나온 에세이집인데, 지금도 생존해 계신지는 잘 모르겠다. 60세 은퇴이후 오래 살아가야하는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충고가 가득하다.

우선 경제적인 면에서 저자는 30대 초반부터 주식에 장기투자했다고 한다. 오래 살아가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면 살아가는게 고달프다. 다행히 내가 은퇴할 시점은 자식이 독립할 시점이라  큰 목돈이 필요한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은퇴이후 30년 이상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경제적인 계획을 단단히 세워야 할 것 같다.

인생2막을 서서히 준비해야 할 시기는 40대다. 40대에 준비하면 평균적으로 은퇴까지 약 15년의 인생2막을 위한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에 인생의 후반전에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육성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몰두할 만한 취미일 수도 있다. 물론 직업으로서 금전적인 대가를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일모작 시기의 ‘전문 분야’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회사원이 자신의 가치관과 딱 맞는 일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조직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동안 어느덧 그것이 자신의 ‘전문 분야’라고 믿어버린다. 인생의 이모작을 결심했다면 그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자신의 발로 걸어 올라갈 계단을 찾는 편이 좋다. 계단이 없다면 직접 사다리를 만들 정도의 기개가 있어야 한다.”

퇴사하면 에스컬레이터에서 자동으로 내려오게 된다. 내가 믿는 전문분야라는 것도 사실은 ‘조직’이라는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다. 조직을 떠다고 그 후광이 없어지면 그냥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편으로 은퇴 후에 적성에 맞지 않는 비슷한 일을 다시 몇 십년 동안 계속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40대가 인생 2모작을 위한 모색의 시기라고 한다면 50대는 결단의 시기다.

“제 2 인생을 충실히 살고 싶다면 자산 형성 훈련도, 새로운 직업을 찾아내기 위한 시행착오도 일찍 시작하는 편이 분명히 좋다. 30대에는 미래를 내다보고 자산 형성의 첫발을 내디딘다. 40대에는 자신에게 활기를 줄 ‘또 하나의 일’을 발견한다. 그리고 50대는 ‘조금 더 고생’하기에 적절한 시기이다.”

“은퇴 후 매일이 일요일이라며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댄다면 일주일 만에 짐짝 취급을 받을 것이다. 과거에 가정이 사회적인 안전장치로 기능했던 것은 남편이 돈을 벌어왔기 때문이다. 그 경제적인 원천이 되었던 노동이 사라지면 ‘피로를 풀기 위해’라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낮에도 이불 속에서 빈둥댄다면 대형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은퇴한 남편이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초에 이모작 인생을 지향한다면 가족을 연고로 삼는 가치관은 버리는 편이 현명하다. 아내의 내조에 의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의 효도를 기대하는 것도 한마디로 안일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에도 시대의 유학자이자 막부의 관리이기도 했던 사토 잇사이(1772~1859)는 <언지사록>이라는 수상록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어려서 배우면 커서 이루는 것이 있고

커서 배우면 늙어도 쇠하지 않으며

늙어서 배우면 죽어도 썩지 않는다

대학을 퇴직한 뒤에 시작한 골프나 바둑 등은 그야말로 늙어서 배운 것이데, 잘하지는 못하지만 썩지는 않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못하기 때문에 기분 좋은 긴장감에 휩싸여 전력투구를 했는지도 모른다. 질리면 그쯤에서 끝내고 새로운 일에 끊없이 도전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고 나 자신에게 변명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해서 중간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만두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말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태도가 낙천적이며 긍정적이다. 그래서 장수하는 건가?

“직장의 인간관계는 어차피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평생 계속되는 우정 같은 것도 덧없는 바람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젊었을 때의 교우 관계는 이미 유통 기한이 지났습니다. 유통 기한이 지난 것은 버리거나 새로 사는 수밖에 없지요”

저자의 이 말에는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못한다. 직장에서 만난 친구도 평생 가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극 소수이긴 하지만.  대학교 때 만났던 친구를 아직 만나기도 한다. 아직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탓일까? 이해타산보다 비슷한 관심사와 취미로 맺어진 관계는 아주 오래가는 듯하다. 과연 유효기한이 언제까지일까?

“나이를 먹으면 자꾸 깜빡하게 되는 것은 능력의 쇠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망각이야말로 지성의 심화에 없어서는 안 될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기억하기만 하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머릿속은 불필요한 지식으로 넘쳐나 ‘지식의 대사증후군’ 상태가 되어 버린다. … 그리고 자율적으로 망각되고 남은 지식이 어떤 정보와 결합해 되살아난다. 그렇게 지식과 정보를 연결하는 작업이 바로 인간만이 지닌 고도의 창조 활동이다.”

책의 곳곳에 저자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 노년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 마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 역시 나이는 그냥 먹는게 아니다.

(태극기 두르고 도로에 드러눕는 땡깡쇼를 부리는 할배, 할매를 보면  나이를 거꾸로 먹거나, 지금도 50~60년대로 타임슬립해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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