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들 – 김중혁 (2010)

도서관에서 충동적으로 김중혁의 장편소설인 ‘좀비들’을 빌렸다.  김중혁씨의 소설은 처음 접하지만, 그동안 그 이름을 자주 접해서 익숙하고, 영화관련 방송에서 이동진과 함께 방송하는 모습을 봐왔던 터라 그냥 무심결에 집어 들었다.

일단 문장이 간결해서 맘에 들었다. 비유도 참신했다. 마치 또다른 하루키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데 스토리 면에서는 너무 평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내 상상이지만, 작가는 치밀하게 스토리를 구성하지 않고 소설을 쓴 것 같다. 간결한 문체와 참신한 비유에는 자신있다. 그래서 첫 문장부터 자신있게 써 내려가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펼쳤는데, 뭔가 제대로 마무리를 못한 느낌이다. 똥싸다가 중간에 급한 일 때문에 끊은 느낌?  380페이지나 되는 장편 소설인데 아쉽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딱 와 닿지 않는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최근 소설은 진일보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문체나 비유가 맘에 들어서 김중혁의 소설 2권을 더 빌렸다.  둘다 단편소설집이다. 40페이지 정도인 ‘무용지물 박물관’을 방금 읽었는데 장편보다 잘 썼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은 그렇게 친절한 것이 아니었다. 미사일 발사 카운트다운을 하듯 준비하시고, 파이브, 포, 스리, 투, 원, 그리고 소멸 …. 의 순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형은 7정도의 삶을 살아가다 곧바로 0이 되어버렸다. 4, 3, 2, 1을 생략한 채 갑자기 0이 돼버렸다. 그 생략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나 역시 어느 순간 생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삶은 일직선이었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하나로 연결돼 있었다. 하나의 사건은 이전 사건의 결과이자 다음 사건의 원인이었다. 형이 없었다면 LP가 없었을 것이다. LP가 없었다면 허그쇼크도 없었을 것이고, 허그쇼크가 없었다면 홍혜정과 홍이안과 뚱보130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도미노가 다음 도미노를 넘어뜨리듯 모든 사건은 연결돼 있었다. 처음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처음이란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마지막 도미노는 무엇일까. 마지막 도미노는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의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사건이 될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죽음 이후의 삶이 궁금했다. 내가 죽는다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다면, 내가 지금 붙잡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도대체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아무것도 시작하고 싶지 않았고, 끝이 보이는 길은 걸어가고 싶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일에 처음과 끝이 있다는게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처음과 끝은 중요한게 아닐지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고, 지금의 이 사건은 또다른 사건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하나의 도미노로서 이곳에 서 있을 뿐이다. 지금 나는 눈처럼 재가 날리는 도로 위에서 수백명의 좀비들 사이에 서 있다. 나는 이제 내 삶의 다음 도미노가 궁금할 뿐이다. 지금 이곳에 서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여겨졌다.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죽을 테지만, 누군가는 계속 살아남아서 기적처럼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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