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칼 세이건 (2006)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기 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주저 했을까? 일단 이 책의 두께 때문에 미리 겁을 집어먹고 말았다. 본문 길이만 총 682 페이지다. 이 책은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기도 불편하다. 책을 사놓고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완독했다. 

책의 첫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칼세이건의 헌정사가 실려 있다. 내가 본 가장 아름답고 시적인 헌정사이다. 그가 부인인 앤 드루얀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껴진다.

 

‘ 앤 드루얀을 위하여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 ‘

 

내가 산 책은 칼 세이건 사후 10주년이 되어서 나온 특별판인데, 앤 드루얀의 한국어판 서문이 실려 있다. 그리고  칼 세이건의 머리말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 두 챕터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나는 두번 이상 이 두 챕터를 읽다가 포기했다. 그래도 이 두챕터의 관문을 넘으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꾸역꾸역 읽을 수가 있다. 

코스모스는 대중과학서답게 칼 세이건이 되도록이면 쉽게 쓰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래도 결코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중간에 그림과 사진도 많이 들어 있어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코스모스에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철학, 역사, 생물학 등 많은 분야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책을 다 읽고 앞 표지의 칼세이건의 약력을 보니 그가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이 한 권의 책에 유기적으로 넣을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인문학 학사, 물리학 석사,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는 유전학 조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코스모스에 담겨 있는 통섭적인 그의 글쓰기는 아마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우리 인류는 우주에서 태어나 진화하여 우리의 근원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는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지적 생명체이다. 그러나 우주의 크기와 지구상의 모래알 보다도 많은 행성 수를  감안할 때 분명 우주에는 지적 생명이 존재할 것이며, 언젠가 우리는 외계의 지적생명체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외계의 지적 생물을 방문을 받든지, 아니면 우리가 직접 나가서 찾게 되던지 언젠가는 외계의  생명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게 칼 세이건의 생각이다.

칼 세이건이 이 책을 쓴 1980년에서 지금은 40년이 지났다. 1977년에 태양계 탐사를 위해서 보이저 1호, 2호가 여행을 시작했고, 지금은 태양계를 벗어났다.

UFO는 자주 목격되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 정부에 의해 UFO 영상이 발표되는 것을 보면 외계인의 지구 방문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외계 문명을 밖으로 나가서 발견할 가능성 보다는 우리가 외계인들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 같다. 왜냐하면 1969년 미국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우주 탐험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1986년에 유인 우주선 첼린저호의 폭발 사건도 우주탐험의 침체에 한 몫하였을 것이다.  미국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우주 탐험에 많은 예산이 지속적으로 배정되었다면 아마도 오래 전에 화성에 인류가 거주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론 머스크가 인류의 화성 이주를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일론 머스크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서광이었던  일론에게 이 책은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나는 강력히 추정한다.

나는 이 책의 텔리비젼 시리즈를 본 기억이 있다. 물론 코스모스 텔리비젼  시리즈 전편을 다 보았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한가지 강렬하게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내가 빛의 속도로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를 돌고 오면 내 동생이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TV 시리즈의 이 내용은 책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 광속에 가까운 속력으로 여행을 하면 당신은 나이를 거의 먹지 않지만, 당신의 친구나 친척 들은 여전히 늙어 간다. 당신이 상대론적인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친구들은 몇 십 년씩 늙어 있겠지만, 당신은 전혀 늙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는 것은 일종의 불로장수의 영약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p408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중력이 지구의 몇배나 되는 낯선 행성에 주인공 둘이 잠시동안 탐험하고 왔는데, 우주선에 머물러 있던 동료가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장면이 나온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분명 칼 세이건의 TV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유시민이 언젠가 말했던 것 처럼 ‘코스모스’는 내용과 문장이 너무 좋기 때문에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고 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40년이 지난 책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개론 수준에서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고, 무엇보다도 칼 세이건의 인류와 우주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다.  

아래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 밑줄그어 옮겨 적은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행성의 운동을 규정한 케플러의 첫 번재 법칙을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제1법칙. 행성은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태양은 그 타원의 초점에 있다.

제2법칙.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동경은 같은 시간 동안에 같은 넓이를 휩쓴다.

제3법칙. 행성의 주기(행성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를 제곱한 것은 행성과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세제곱한 것에 비례한다. 즉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일수록 더 천천히 움직이되, 그 관계가 수학 공식 P2=a3을 정확하게 따른다. p140 ~ p144

행성 운동에 관한 케플러의 법칙은 자연 현상에서부터 직접 찾아낸 경험 법칙이었다. 케플러는 법칙을 자연에서 그저 캐낼 수 있었음에 만족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근보적인 행성 운동의 원인을 찾고자 노력했다. 태양이 태양계 내 물체들의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행성이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공전 운동 속도가 빨라지고 또 멀리 떨어질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태양과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들은 자신이 태양에 접근 또는 후퇴하는지를 어떻게 알아내는 것일까? 행성이 태양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모종의 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떨어져 있어도 작용하는 자기력 같은 힘이 태양과 행성 사이에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케플러는 행성 운동의 근본 원인이 자기력의 작용과 유사한 성격의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놀랍게도 중력 또는 만유인력의 개념을 예견했던 것이다.

-p144

요하네스 케플러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추구한 목표는, 행성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천상 세계의 조화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는 그가 죽고 36년이 지난 후에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그것은 아이작 뉴턴의 연구를 통해서였다. -p153

만유인력은 거리 역제곱의 법칙이다. 인력의 세기는 두 물체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두 물체 사이의 거리를 2배로 늘리면 둘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의 세기는 4분의 1로 약해진다.

인력의 세기가 거리의 증가와 함께 감소해야 혜성이나 행성이 태양에서 멀리 있을 때에는 천천히 움직이고 가까이 있을 때에는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즉 태양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이것들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인력의 세기는 점점 더 약해지는 것이다.

케플러의 법칙은 경험 법칙으로서 튀코 브라헤가 공들여 모은 관측 결과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한편 뉴턴의 중력법칙은 이론 법칙으로 비교적 간단한 수학적 공식으로 기술된다. -p158

케플러와 뉴턴은 인류 역사의 중대한 전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은 비교적 단순한 수학 법칙이 자연 전체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지상에서 적용되는 법칙이 천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며, 인간의 사고방식과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이 서로 공명함을 밝혔다. -p160

유성들은 혜성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들이다. 태양 근처를 통과하는 일이 반복되면 혜성은 태양의 중력과 열의 영향으로 여러 덩어리로 쪼개지고 증발하여 점차 분해된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이 그 혜성의 원래 궤도에 흩어진다. 따라서 혜성과 지구의 궤도가 서로 만나게 되는 지점에 유성의 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 무리와 지구가 만날 때 유성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p172

헤성은 매우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는 일종의 행성이다. … 1707년에 이르러서 그의 친구 에드먼드 헬리가 1531년, 1607년,1682년에 출현했던 혜성들이 모두 같은 혜성으로서 76년마다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계산으로 밝혀냈다. -p177

어째서 행성들은 거의 원형궤도를, 그것도 이웃 행성들과 갈라선 듯 따로따로 멀리 떨어진 원 궤도를 도는가? 그런데 혜성은 어떤 연유에서 길쭉한 타원을 그린단 말인가. 그것은 행성들이 태양계의 고참인 반면에, 혜성은 신참내기들이기 때문이다. 행성들이 아주 찌그러진 모양의 타원 궤도를 따라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될 것이다. 태양계의 형성 초기에는 생성 중이던 행성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그것들 중에서 긴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서로 엇갈리는 궤도를 돌던 행성들은 충돌하여 붕괴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원형 궤도를 돌던 원시 행성들은 살아남아 점점 크게 자랄 수 있었다. 현재의 행성들은 충돌이라는 자연선택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다. -p181

태양의 대기에서 뿜어져 나온 물질의 흐름을 우리는 태양풍이라고 하는데, 태양풍 때문에 먼지 조각과 얼음이 혜성 핵의 뒤편으로 밀려 나간다. 이렇게 해서 혜성의 꼬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p182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져 화성의 궤도를 넘어가면 매우 다른 성격의 세계가 우리를 맞는다. 여기서부터는 목성의 영역이다. 거대 행성 도는 목성형 행성들이 상주하는 곳이다. 목성형 행성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밖에 수소 원자를 많이 포함하는 기체 분자들, 예를 들면 메탄과 암모니아와 물이 소량으로 섞여 있다. 단단한 고체 표면이 없는 목성형 행성에는 오로지 대기권과 색색의 구름만 있을 뿐이다. …. 목성은 그 안에 지구를 1,000개 정도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p184

서로 다른 화학성분의 물질은 서로 다른 주파수 또는 다른 색깔의 빛을 흡수한다. 따라서 분자나 원소의 종류에 따라 흡수하는 빛의 주파수 또는 파장이 각기 다르다. -p200r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전파 신호는 일정 수준의 지능을 갖춘 생물이 만든 것이다. 주로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국을 운영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자연 그대로의 물체들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전파 신호를 방출한다. 그중 한 가지 이유는 뜨겁기 때문이다. 고온의 물체도 전파를 낸다는 말이다. -p203

금성처럼 지구에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존재하므로 온실 효과가 작용한다. 온실 효과가 없었다면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는 영하에 머물렀을 것이다. 온실 효과 때문에 지구의 바다는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생물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온실 효과는 생명에게 유익하다. p212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리 덜어져 있기 때문에 기온이 상당히 낮다. 희박한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질소 분자와 아르곤이 좀 잇고, 아주 소량의 수증기와 산소 그리고 오존이 존재한다. 오늘날 화성의 지표면에서 액체 상태의 물은 기대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화성의 대기압이 너무 낮아서 찬물조차 급격히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p236

커다란 동식물들이 육지를 점령한 것은 지구 역사의 마지막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미생물들은 지구 전역에서 무려 30억 년 동안이나 줄기차게 살아왔다. 그렇다면 화성에서 생명을 찾으려면 세균부터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p249

결론은 ‘화성의 미생물학적 존재를 받아들여야 할 확실한 증거는 없다.’라는 것이다.

생명 활동과 관련해서 나타나는 화학적 현상들의 일부를 생물 없이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길이 토양화학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몬모릴로나이트 종류의 점토가 아미노산을 결합시켜 단백질 분자와 비슷한 긴 사슬 형태의 분자를 만드는 데 아주 유력한 촉매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원시 지구에서는 각종 진흙들이 생명 창출의 대장간이나 거푸집으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화성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들은 지구 생명의 기원과 지구 생명의 초기 역사를 규명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59

사람이 탄소와 물을 기초 물질로 하는 생물인 것은 생명이 처음 태어날 즈음 지구에 탄소와 물이 가장 흔했기 때문은 아닐까?

따지고 보면 나 칼 세이건은 물, 칼슘, 그리고 각종 유기 분자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다.-p262

나는 우주가 분자들로 구성된 하나의 기계를 인간과 같이 복잡 미묘한 존재로 진화하게끔 허용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고양된다.

생명의 본질은 우리를 만들고 있는 원자들이나 단순한 분자들에 있는 게 아니라 이 물질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있다. -p263

내 생각에는 다른 많은 외계 세상들에 존재할 법한 생물도 대부분 지구의 생물과 동일한 원자로 이루어져 잇을 것 같다. 원자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분자 수준에서도 아마 많은 세상의 외계 생명들이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지구 생물과 동일한 기본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조합의 방식은 우리에게 낯선 것일지 모른다. -p264

반복설의 핵심 내용은 개체 하나의 발생 과정이 해당 종이 겪어 온 진화의 전 과정을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나는 개개인의 지적 성숙 과정에서도 반복설이 성립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조상들이 해 온 사고의 과정들을 되풀이하면서 하나의 개인으로 성장해 간다. -p331

고대 이오니아 인들은 우주에 내재적 질서가 있으므로 우주도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자연 현상에서 볼 수 있는 모종의 규칙성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자연에게도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주의 이렇게 휼륭하게 정돈된 질서를 “코스모스”라고 불렀다. -p343

탈레스가 내린 결론의 옳고 그름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문제 해결을 위해 그가 택한 접근방식에 있다. 신들이 세상을 만든 것이 아니고, 자연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물리적 힘의 결과로 만물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야말로, 당시 사고의 근본을 뒤흔드는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p349

피타고라스학파는 수학적 논증의 객관성 및 확실성에 매료돼 있었으며, 수학적 논증이야말로 인간 지성이 도달할 수 있는 순수하고 더러움이 없는 최상의 인지 세계라고 받아들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수학을 통해서 완벽한 현실, 즉 신의 영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겼고,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은 완벽한 세계의 단지 불완전한 투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플라톤의 유명한 동굴의 우화를 보면, 죄수들은 지나가는 이의 그림자만 볼 수 있도록 동굴 안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 그림자를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고개만 돌리면 바로 옆에 잇는 복잡한 현실계를 알아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림자를 자신이 속한 세계의 전부라고 믿을 수 밖에 없다. 현실의 복잡한 실상을 그들은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피타코라스학파는 플라톤에게, 그리고 나중에는 기독교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p365

그들은 상충하는 관점들의 자유로운 대결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점은 모든 정통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경직성 때문에 피타고라스학파는 자신들의 오류를 고쳐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p366

실용적 가치를 얕잡아 보는 풍조가 고대 사회에 만연하기 시작했다. 플라톤은 천문학자들에게 천상의 문제를 생각하되, 하늘을 관측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층민들은 본디부터 노예의 본성을 갖고 태어난다.”

….

크세노폰의 견해 또한 가관이다. “공학적 예술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하나의 사회적 낙인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도시들에는 이런 것들을 천하게 여겨야 마땅하다.” 기능인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통념과 천시 때문에 전도가 유망하던 이오니아의 실험 중심적인 방법론은 그 후 2,000년 동안이나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 -p369

폴리크라테스의 요새도 노예들이 쌍아 올렸으며 페리클레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활약하던 시기에 아테네 시에는 엄청난 규모의 노예 인구가 상주하고 있었다. 아테네인들의 민주주의에 관한 온갖 대범한 생각들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해당됐지, 구성원 전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노예의 정체성은 손을 사용하는 그들의 육체노동에 있었다. 육체 노동은 바로 노예임을 뜻했다. 한편 과학 실험도 육체 노동이었다. -p370

현대(정치적) 제 3세계의 커다란 문제는 고등 교육의 기회가 주로 부유층의 자녀들에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부유층 출신은 당연히 현상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을 하여 무엇을 만든다던가, 또는 기존의 지식 체계에 도전하던가 하는 일을 매우 어려워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런 나라들에서 과학이 뿌리 내리기는 지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 사회에서 편히 살던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노예 제도의 부당성에 괴로워하기보다 오히려 억압을 정당화하는 논지를 폈으며, 전제 독제 군주를 섬겼고 육체와 정신의 분리를 가르쳤다. (노예 사회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생각이다.) 그들은 또 사상과 물질을 별개의 것이라고 가르쳤다. 어디 그것뿐인가. 그들은 하늘에서 지구를 분리시켰다. 이것이 서양의 정신세계를 2,000년 이상 지배해 온 분리의 사상이다. -p373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코스모스가 설명될 수 있는 실체이고 자연에는 수학적인 근본 얼개가 있다고 가르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 속에 과학을 하려는 동기를 크게 불어넣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입지를 불안하게 할 소지의 사실들이 유포되는 것을 억압하고, 과학을 소수 엘리트만의 전유물로 제한하고, 실험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주고, 신비주의를 용인하고, 노예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애써 외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의 위대한 모험심에 큰 좌절감을 안겨 주고, 과학의 발전에도 어쩔 수 없는 퇴보를 불러왔다. -p374

플라톤주의자들과 그들의 기독교 후계자들은 지상의 세계는 때 묻고 골치 아픈 곳인 반면에 천상계는 완벽하고 신성하다는 특이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p375

하지만 아리스트르코스는 태양이 행성계의 중심이고 모든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 첫 번째 인물이었다. -p375

아리스타르코스의 이와 같은 생각은 우리가 ‘코페르니쿠스’하면 떠올리게 되는 생각과 그대로 일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를 태양 중심 우주관을 “복귀시킨 사람이며 입증한 사람”이라고 기술했지 태양 중심 우주관의 창시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리스타르코스와 코페르니쿠스 사이에 있었던 1,800년이라는 긴긴 세월 동안, 어느 누구도 행성의 배열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이것은 이미 기원전 280년경에 완벽하고 명확하게 밝혀졌던 것이다. -p376

은하수 은하 내부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의 현주소는 나선 팔의 가장자리이다. -p382

이 행성은 따분할 정도로 그저 그런 별에 속해 있다. 그리고 태양이라는 이름의 그 별은 은하의 변방, 두 개의 나선 팔 사이에 잊혀진 듯이 버려져 있다. 태양이 속해 있는 은하라는 것도 뭐 그리 대단한 존재도 못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주의 후미진 구석을 차지하고 겨우 십여 개의 구성원을 거느린, 작은 은하군의 그저 그렇고 그런 ‘식구’일 뿐이다. 그런데 그 우주에는 지구의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수의 은하들이 널려 있다. -p384

공간과 시간은 서로 얽혀 있다. 시간적으로 과거를 보지 않으면 공간적으로 멀리 볼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천체를 들여다보고 있다면, 시간적으로 그 천체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빛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별 사이는 텅 비어 있고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 태양에서 우리 은하의 중심까지가 3만 광년이고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나선 은하인 안드로메다자리의 M 31까지는 200만 광년이나 된다. 오늘 우리가 M 31에서 보는 빛이 지구를 출발했을 당시 지구에는 인간이 단 한명도 없었다. -p397

어떤 물체에서 반사되거나 방출된 빛은 그 물체가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상관없이 동일한 속도로 진행된다. “그대는 그대의 속도를 빛의 속도에 더하지 말지어다 .” 가 반드시 준수돼야 하는 규칙인 셈이다. 또한 어떠한 물체도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그러므로 또 하나의 규칙은 “그대는 빛의 속도로나 빛의 속도보다 빨리 움직여서는 아니 되느니라”가 된다. 이론적으로 우리는 빛의 속도에 원하는 만큼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빛의 속도의 99.9퍼센트로도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빛의 속도의 100퍼센트로는 절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이 세계가 논리적 모순없이 존재하려면 반드시 보편적인 속도의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p403

친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음파는 공기 분자들의 진동 운동에 따른 것이다. 반면 빛은 진공 속을 돌아다닌다. … 상대성 이론 이전 시대에ㅔ는 빛이 공간에 충만한, ‘에테르’라고 불리던 특별한 매질을 통하여 전파된다고 믿었다. -p405

당신은 움직이는 방향으로 압축되고 질량은 증가하며 광속과 같은 속도로 움직일 때의 가장 짜릿한 결과인 시간 지연이라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시간 지연은 글자 그대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 매우 정확한 시계를 비행기에 실어 옮기면 지상에 가만히 있는 시계보다 약간 느리게 간다. -p407

광속에 가까운 속력으로 여행을 하면 당신은 나이를 거의 먹지 않지만, 당신의 친구나 친척들은 여전히 늙어 간다. 당신이 상대론적인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친구들은 몇 십 년씩 늙어 있겠지만, 당신은 전혀 늙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는 것은 일종의 불로장수의 영약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p408

어떤 우주선이 1g 의 가속을 받으면서 비행을 적정 시간 동안 계속하여 목표의 중간 지점쯤에 도달했을 때 비행 속도가 거의 광속과 같아졌다고 하자. 거기서부터는 가속의 방향을 반대로 돌려야 할 것이다. 즉 -1g의 가속도를 받으며 지금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만큼 더 비행하면 목표 천체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이 우주선은 여정의 상당 부분에서 거의 광속과 비슷한 속도를 유지했으므로, 우주선을 타고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흘렀을 것이다. 행성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바너드의 별은 태양에서 약 6광년 떨어져 있다. 당신이 우주선을 타고 앞에서 이야기한 식으로 이별을 향해 달린다면, 약 8년 후면 이 별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서 8년은 우주선에 실린 시계로 잰 당신의 시간이지, 우주여행의 장도에 오르는 당신에게 손을 흔들며 환송했던 사람들의 시간은 아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은하수 은하의 중심까지 가는 데는 21년 걸리고 안드로메다 은하에는 28년이면 도착한다. 그렇지만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주여행객의 21년이 무려 3만 년에 해당하는 장구한 세월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당신을 마중 나온 환영 인파 중에서 환송의 손을 흔들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소수점 여러 자리까지 광속에 가깝게 접근한다면, 이론상으로 단 56년이면 우주를 한바퀴 돌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시 말하건대 여기서 56년은 우주선에서의 시간이다. 지구인의 시간으로는 수백억 년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사실 우주여행에서 돌아올 때 쯤이면 지구 자체가 없어졌을 것이다. 지구는 이미 까맣게 타 버린 숯덩이로 변해 있을 것이며, 태양은 아주 오래전에 빛의 방출을 멈췄을 것이다. 이와 같이 상대론적 우주여행은 고도로 앞선 문병에게는 우주 전역에 접근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이다. -p417

하지만 어떤 물리학자들은 역사를 달리하는 두 갈래의 우주들이 서로 나란히 실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두 우주는 양쪽 모두 독립적으로 실재할 수 있는 우주이다. 어쩌면 시간은 그 자체로서 수많은 잠재적 차원을 갖지만 우리는 그중에서 단 하나의 차원과 연관된 세상에서만 살아갈 운명인지 모른다. -p418

역사를 바꾸는 데에는, 예를 들어 노예 제도를 자연스럽고 정당하게 받아들이는 여론을 압도할 만한, 어떤 강력한 시대적 요구와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p420

인간 수명이 수십 년 정도인 데 비하여, 태양의 수명은 인간의 수억 배나 된다. 별들의 일생에 비한다면 사람의 일생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영위하는 하루살이들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한편 별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 지극히 단단한 규산염과 철로 만들어진 작은 공 모양의 땅덩어리에서 10억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매우 하챦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p429

별은 주로 수소로 된 성간 기체와 소량의 성간 티끌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수소는 대폭발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소 원자는 코스모스가 비롯된 저 거대한 폭발 속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p432

데모크리토스의 정신에 따라 이렇게 반씩 나누기를 계속한다고 했을 때, 원자 알갱이까지 이르려면 몇 번이나 칼질을 해야 할까? 답은 약 90번이다.

1910년을 전후해서 45년동안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굥서 수행된 연구의 결과로, 원자의 정체가 인류사상 처음으로 밝혀졌다.

전자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하를 띠는데, 우리는 전자의 전하를 음전하로 부르기로 약속했다. 이 전자가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한다.

원자의 핵은 원자 전체의 10만분의 1 정도이다. -p433

그러니까 원자는 속이 텅 빈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녀석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물질이란 것도 실은 속이 텅 빈 쭉정이였던 셈이다.

내 팔꿈치를 구성하는 원자핵들이 어째서 책상의 원자핵들 사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가지 않는단 말인가?

에딩턴의 질문은 전자의 구름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내 팔꿈치에 있는 원자의 외곽부는 음전하를 띠고 있다. 책상을 구성하는 원자도 이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음전하들은 서로를 밀친다. 내 팔꿈치가 책상을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갈 수 없는 까닭은 음전하들 사이에 생기는 강력한 척력 때문이다. -p434

전하만 사라져 버린다면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먼지 부스러기가 된다. 전기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우주의 그 어떤 구조물도 그대로 남아 있을 수가 없다. p435

숯이 된 파이를 90번 연속해서 반으로 나누면 탄소 원자를 만날 수 있다. 탄소의 핵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여섯개씩 들어 있고, 핵 바깥에는 전자 여섯 개의 구름이 자리하고 있다. 탄소 원자의 핵에서 한 덩어리를 떼어 내면, 예를 들어 양성자와 중성자를 두 개씩 떼어 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탄소 원자가 아니라 헬륨 원자가 된다. 이렇게 원자핵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핵폭탄과 원자력 발전소에서 실제로 발생한다. … 애플파이를 91번 가른다면, 즉 탄소 원자를 한 번 더 쪼갠다면 작은 탄소 원자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원자, 즉 탄소와는 전혀 성질이 다른 원자가 만들어 진다. 원자를 자르면 원소의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다. -p437

자연에는 화학적 성질이 뚜렷하게 다른 원소가 92종이 있다. 우리는 최근까지 지구의 모든 물질이 이 92종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불은 화학 원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원자가 고온의 상태에 놓이면 전자를 잃고 전리된다. 이렇게 전리된 고온의 플라스마가 내는 전자기 파동이 우리에게 불로 보이는 것이다. -p439

모든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세 가지 소립자들로 구성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중성자가 발견된 것도 1932년이었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구성비에 따라서 원자의 종류가 결정되고, 그 원자들이 적당히 모여서 분자들을 생성하고, 이 분자들이 조합을 이뤄 지구상의 모든 물질을 만든다. -p440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성자는 전하를 띠지 않는다. 양성자와 전자는 똑같은 크기의 양전하와 음전하를 갖는다. 부호가 다른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원자를 원자로 남아 있게 하는 요인이다. 원자는 전체적으로 중성이므로 핵에 있는 양성자의 개수와 전자구름을 이루는 전자의 개수가 정확히 일치한다. 한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전자의 개수에 따라 좌우되는데, 원자 번호가 바로 양성자나 전자의 개수이므로 원자 번호에서 그 원자의 화학적 특성을 쉽게 접칠 수 있다. -p441

우라늄보다 원자 번호가 높은 것들은 대개 지구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합성한 이 원자핵들의 거의 대부분은 그냥 내버려 두면 순식간에 붕괴하는 방사능 원소들이다. 원자 번호가 94인 플루토늄 원자핵은 가장 유독한 물질 중 하나이다. 이 물질은 아주 느리게 붕괴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이다.

자연 원소는 어디에서 왔을까? 여러분은 원자마다 만들어진 과정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주 어디를 보든 존재하는 물질의 99퍼세네트가 수소와 헬륨이다.-p442

태양은, 한때 아낙사고라스가 생각했던 대로 붉게 달궈진 돌이 아니라,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고온의 기체 덩어리인 것이다. -p443

우리가 가시광선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이 지역의 온도는 절대 온도로 6,000도 정도이다. 우리에게 철저하게 숨겨진 태양의 저 깊숙한 내부의 온도는 1,570만 도에 이른다. 이렇게 뜨거운 조건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빛이 만들어진다. -p445

태양이건 별이건 간에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은 고온 고압의 중심부 일부일 뿐이며, 핵반응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가 그 지역에 한없이 마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별의 운명, 별의 최후는 그 별이 얼마나 큰 질량을 갖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p451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상대적으로 저온 상태에 있는 외부의 얇은 껍질에서는 수소가 타고 고온 상태에 있는 한복판에서는 헬륨이 연소 중이니, 태양은 이 단계에서 그 내부 구조에 큰 변혁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외부가 급격히 팽창하고 대신 온도는 하강한다. 태양은 이제 적색 거성이 된다. 가시광선으로 드러나는 태양 표면이 중심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각부에서 느끼는 중력은 미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 까닭에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의 바깥 대기층은 항성풍의 형태로 공간에 서서히 흩어져 나간다. 벌겋게 부풀어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은 수성과 금성을 집어 삼키고 종내에는 우리 지구까지 자신의 품안에 넣어 버린다. 그러므로 내행성계가 완전히 태양 안에 들어가게 된다. 내행성계의 최후인 것이다. -p452

수소와 일부 헬륨만 제외하면 지구의 모든 원소들이 수십억 년 전에 있었던 별들이 부린 연금술의 조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p457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됬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별의 기원과 진화와 그 뿌리에서부터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첫째,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이 원자적 수준에서 볼 때 아주 오래전에 은하 어딘가에 있던 적색 거성들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원소들의 원자 번호에 따른 상대 함량 비율의 분포가 별에서 합성되는 원소들의 상대 함량 비율과 딱 들어맞기 때문에 그것들이 모두 적색 거성과 초신성이라는 특별한 용광로와 도가니에서 제조됐음을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 -p458

셋째, 우리는 생명의 탄생에서 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새로 생긴 태양에서 쏟아져 나온 자외선 복사가 지구 대기층으로 들어 와서 그곳에 있던 원자와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면서 대기 중에는 천둥과 번개가 난무하게 됐고 이것이 복잡한 유기 화합물들의 화학 반응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생명이 태어났던 것이다.

끝으로 유전의 관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돌연변이라고 불리는 유전 형질의 변화가 진화를 추동한다. 자연은 돌연변이를 통해서 생명의 새로운 존재 양식을 찾아내는데 고에너지의 우주선 입자들이 돌연변이를 촉발하기도 한다. 우주선은 초신성에서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태어나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는 하전 입자들을 뜻한다. 지구상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진화도 이렇게 그 근원을 따져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광대한 우주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질량이 큰 별들의 극적인 최후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p459

그들은 은하수 은하의 구석구석을 수백만 년 동안 이동하다가 일부가 아주 우연하게 지구에 들어와서 어떤 생물으리 유전적 형질을 바꾸어 놓는다. 유전자 코드의 형성, 캄브리아기에 있었던 생물 종의 폭발적 증가, 인류 조상의 직립 보행 등도 따지고 보면 모두 결정적 시기마다 지구 생물의 진화 역사에 개입했던 우주선과의 상호 작용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p461

중력이 10억 g가 되면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이렇게 큰 중력장에서는 직진하는 빛마저 그 진행 방향이 꺽이기 시작한다. 지극히 높은 중력장 속에서는 빛조차 영향을 받는 것이다.

중력이 아주 강력하면 빛조차 그 중력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나 강한 중력장을 동반하는 천체를 우리는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 하지만 빛이 블랙홀 안에 갇혀 있으므로 블랙홀의 내부는 휘황하게 밝을 것이다.-p471

아인슈타인의 비유를 더 밀고 나가면, ‘블랙홀은 공간에 패인 바닥 없는 보조개’라고 주장할 수 있다. 당신이 그 보조개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자. 밖에서 봤을 때 당신이 빠져 들어가는 데 무한대의 시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렇게 강력한 중력장에서는 기계적, 생물학적 시계가 완전히 멈춘 것으로 감지되기 때문이다. 한편 빠져 들어가고 있는 당신의 세계에서는 모든 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중력에 따른 막강한 조석력과 강력한 복사를 당신이 ‘신의 특별 배려로’ 어떻게든 견뎌 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검은 구멍이 자전하는 블랙홀이라면,(자전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당신은 시공간으 또 다른 점으로 출현할 것이다. -p476

그제나 이제나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우주화구’는 자신의 온도에 걸맞은 전자기 복사를 방출한다. 뜨겁던 화구가 식어 감에 따라 복사의 파장 대역이 감마선에서 엑스선으로 자외선을 거쳐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무지개 색깔의 가시광선 대역으로 옮아온 다음, 종국에는 적외선과 전파 대역으로까지 이동한다. 즉 화구는 높은 온도에서는 짧은 파장의 빛을 내지만 온도가 낮아질수록, 방출되는 복사의 파장이 점점 길어진다. 이제는 극도로 뜨겁던 우주의 원시 화구도 식을 대로 식어서 매우 긴 파장의 빛을 낸다. 우리는 이 빛을 우주 배경 복사라고 부른다. -483p

우주 공간을 눈여겨보면 하나의 거푸집에서 찍어 낸 것처럼 모양이 아주 비슷한 은하들이 우주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은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력의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우주 어디에서든지 그대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중력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지상에서는 물체의 낙하 운동과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회전 묘기도 지배한다. 지구라는 미세한 세상에서 성립하던 이 두 법칙이 거대한 천상 세계에서도 그대로 성립하여 은하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p486

충격파의 압축 작용 덕분에 중력은 자신의 위력을 발휘할 호기를 맞게 된다. 은하 또는 은하단 규모의 가스 덩어리 뿐 아니라 이것보다 질량이 훨씬 작은 가스 구름에서도 충격파로 인해 중력 수축이 촉발된다. 그러므로 다양한 크기의 구조물들이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때 초신성 폭발이 결정적 기여를 한다. 이것이 바로 우주 진화의 대 서사시이다. 대폭발에서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하게 되고 생명은 곧 지능을 가진 생물로 진화하게 된다. 물질에서 출현한 생물이 의식을 지니게 되면서 자신의 기원을 대폭발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식할 수 있다니, 이것이 우주의 대서사시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p487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 있는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는 수밖에 없는 것이고, 과거에는 은하들 사이의 간격이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을 것이다. 휴메이슨과 허블의 발견은 우주의 기원이 대폭발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은하들의 적색 이동을 발견할 당시에는 이것이 우주의 기원과 관련되어 있으며 모든 것의 근본을 건드리는 문제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507

현대 우주론의 거의 대부분, 특히 우주의 팽창과 대폭발 이론은, 은하들의 후퇴 운동을 도플러 효과에 따른 흡수 스펙트럼의 적색 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해석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p507

빛이 강력한 중력장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던 에너지의 일부를 잃는다. 그렇게 되면 긴 파장의 빛으로 바뀌게 되고 멀리 있는 관측자에게는 원래의 색깔보다 더 붉게 보인다. -p508

인간의 유전자처럼 고래의 유전자들도 모두 핵산으로 구성돼 있다. 핵산은 아주 특별한 분자로서 자기 주위에 있는 화학적 기본 재료를 사용하여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복제할 뿐 아니라 유전적 정보를 발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p543

DNA 이중 나선에 저장된 정보는 네 ‘단어’로 구성된 ‘언어’로 기술할 수 있다. 여기서 네 개의 단어란 네 종류의 서로 다른 핵산을 뜻한다. 즉 DNA는 네 종류의 핵산 분자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지구상 모든 생물에게 공통적으로 성립하는 사실이다. 고래나 인간뿐 아니라 온갖 동식물의 유전 정보가 모두 단 한 종류의 언어로 기술돼 있다는 말이다. -p543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데 쓰이는 로켓과 똑같은 로켓 추진체가 핵탄두를 적국으로 날려 보내는 데에도 쓰인다. 로켓 추진뿐 아니다. 바이킹과 보이저 탐사선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사능 에너지도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알아낸 바로 그 기술에 힘입어 마련된 것이다. ..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유도하고 ㅇ추적하거나 또는 적의 미사일 공격에서 자국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전파 기술과 레이더 기술이 행성 탐사용 인공 위성을 유돠고 제어하는 데 그대로 쓰일 뿐 아니라, 외계 문명으로부터 신호를 검출하는 데에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p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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