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2016)

 

79년생인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실제로 편의점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다. 이 소설은 그녀의 편의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잘 녹아있는 소설로 2016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사회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인 후루쿠라는 18년째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녀만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또다른 편의점 알바인 시라하와 동거하게 되면서 사회에 적응한 척 하려했으나, 결국 하지 못하고 편의점으로 돌아간다. 마치 신체 일부분이 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처럼, 그녀도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편의점의 일부가 된다.

문체가 상당히 독특하다. 작가인 무라타는 정말 소시오패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주 들었다. 성공한 작가로서 그녀가 18년동안 편의점 알바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이 단순히 가공의 얘기가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후루쿠라(혹은 작가인 무라타)는 평범한 인간사회에는 전혀 감정적, 이성적으로 동화될 수 없는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편의점에 계속 있으려면 ‘점원’이 될 수 밖에 없어요. 그건 간단한 일이에요. 제복을 입고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돼요. 세상이 조몬이라면, 조몬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보통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112p

그런데, 보통사람들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 혹은 조직에 어느정도는 ‘이방인’이지 않을까? 단지 동화되는 척, 적응잘하고 있는 척, 매뉴얼대로 따르는 척하는지도 모른다.

“후루쿠라 씨도 좀 더 자각하는 편이 좋아요. 분명히 말하면 당신도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라고, 이제 자궁도 노화되었을테고, 성욕 처리에 쓸 만한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남자 못지않게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기는커녕 정식 사원도 아닌 알바생. 분명히 말해서 무리가 보기에는 짐일 뿐이에요. 인간쓰레기죠.”-126p

“밖에 나가면 내 인생은 또 강간당합니다. 남자라면 일을해라, 결혼해라, 결혼을 했으면 돈을 벌어라, 애를 낳아라, 무리의 노예에요. 평생 일하라고 세상은 명령하죠. 내 불알조차 무리의 소유에요. 성 경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자를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취급당한다니깐요.”

“당신 자궁도 무리의 소유에요. 쓸모가 없으니까 거들떠 보지 않을 뿐이죠. 나는 평생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누구한테도 간섭받지 않고, 그냥 숨을 쉬고 싶어요. 그것만 바라고 있습니다.” -129p

“아무래도 나와 시라하 씨는 교미를 하지 않는 게 인류에 합리적인 모양이다. 해본 적이 없는 성교를 하는 것은 어쩐지 불쾌하고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안심했다. 내 유전자를 무심코 어딘가에 남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죽을 때까지 갖고 다니다가, 죽을 때 처분하자.”-179p

“이렇게 말하고 있는 시간이 아까웠다. 편의점을 위해 또 다시 몸을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좀 더 빨리 정확하게 움직이고, 음료를 보충하는 일이나 바닥을 청소하는 일도 더 빨리할 수 있도록, 편의점의 ‘목소리’에 좀 더 완벽하게 따를 수 있도록, 육체의 모든 것을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분 나빠, 너는…… 인간이 아니야.’

시라하씨가 내뱉듯이 말했다.” -190p

일반적이며 보편타당한 인간의 욕구마저 거부하고 육체를 편의점에 맞게 개조하겠다는 후루쿠라는 일반적인 아웃사이더라고 하기에는 상태가 심각하고, 뭔가 극한까지 밀어부치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보편적인 사회관습을 따르지 않는다고 간섭하고 강제하는 보통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느꼈던 경험을 모두가 소유한다면, 주인공의 상태가 좀 심각하긴 해도 전혀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문체도,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내용도 작가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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