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서은국 (2014)

이 책은 행복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꿔놓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삶의 이유 혹은 목적을 행복에 둔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세상만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을 목적론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존재하는 목적을 따지고 드는 것도 역시 목적론적 사고관에 기인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관 또한 다분히 목적론적이다. 그에게 삶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추구하며 그것을 향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때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이라고 보았다. 아침식사는 출근하기 위해, 출근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다. 인간 행위의 종착지는 결국 행복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모든 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과정 혹은 수단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한 철학자가 가졌던 개인적인 견해일 뿐,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님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46P

“세상은 그 누군가의 계획과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인간은 더 똑똑해지기 위해 살아온 것도 아니다. 물리적 법칙과 화학 반응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우주고, 생명이고, 인간이다. 그 과정에는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다. 인간은 수천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시계보다 복잡한 존재지만, 이 복잡성 자체가 초자연적인 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47P

심리학자인 저자 서은국은 결국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주와 인간은 물리와 화학법칙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을 지지한다.

“명암 정도만 겨우 구분할 수 있었던 단순세포 동물의 ‘눈’은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 작은 우연과 환경적 요인이 합쳐져 이 글을 보고 있는 인간의 눈으로까지 진화했다. 상상력을 필요로 하겠지만, 이런 우연과 환경적 선택의 과정을 거치면 아무리 복잡한 시계도 장대한 계획이나 포부가 없는 ‘눈먼 시계공’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

“인간의 진화의 산물이며, 모든 생각과 행위의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함이다” -48P

여기서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의 견해에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결국 인간은 DNA를 후대로 전송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다. DNA를 후대에 남길려면 일단 생존하는 것이 먼저인 것이다.

“생명체는 후세에 자기의 유전자를 남겨야 하며, 이때 넘어야 할 엄청난 장벽이 성공적인 짝짓기다. 이것이 공작새가 사치스러운 꼬리를 가진 이유다. 수컷 공작새가 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큰 꼬리를 유지하고, 그것을 단장하는 이유는 짝짓기를 위해서다. …. 검증을 위해 과학자들은 27마리의 수컷 공작새 꼬리에 있는 눈 모양의 무늬 수와 짝짓기 빈도를 기록했다. 무늬가 많은 공작새일수록 짝짓기 빈도가 확연히 높았다. 조금 더 정교한 검증을 위해 눈 모양 무의 20개를 가위로 오려내보았다. 놀랍게도 꼬리에 이런 ‘테러’를 당한 공작새의 짝짓기 빈도는 2.5배 감소했다. 다윈의 주장대로 꼬리는 패션 품목이 아니었다. 수컷의 화려한 꼬리는 자신이 건강하고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존재임을 암컷들에게 과시하는 상징물이다” -53p

“공작새의 꼬리는 진화론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생명체가 가진 모든 생김새와 습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도구’라는 점이다.” -54p

“인간의 마음 또한 진화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도구’일 뿐이다. … 그렇다면 창의적인 노력에 담긴 본질적 의미나 목적은 무엇일까? 본인조차도 의식하지 못하지만, 상당 부분은 짝짓기를 위함이다. 이것이 말러를 비롯한 최근 진화심리학자들이 내놓은 파격적인 대답이며, 현재 많은 학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견해다. …. 멋진 꼬리가 공작새들의 짝짓기 경쟁에서 승부를 가르듯, 멋진 마음을 가진 자들이 인간의 짝짓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공작새는 꼬리를, 인간은 마음의 능력을 펼치지만, 밀러에 의하면 판이하게 다른 이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동일하다. 유전자를 남기기 위함이다.” -57p

파격적인 결론이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믹재거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과 짝짓기를 했을까? 수도 없이 많이 했을 것이다. 짐 모리슨은? 피카소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행복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락고 단언했다. 행복을 뭔가를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모든 인생사가 향하는 최종 종착지로 보았다. 이 철학적 관점이 빚어낸 행복의 모습이 2천년 간 큰 흔들림 없이 유지돼왔고, 이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행복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 오랜 관점과 진화론은 정면 대립된다. 앞서 보았듯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모든 특성은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도구다. 밀러에 의하면, 신체적 특성뿐 아니라 고차원의 정신적인 특성도 이 ‘생존도구’의 역할을 한다.”-59p

“자연은 기막힌 설계를 했다. 내 생각에, 개에게 사용된 새우깡 같은 유인책이 인간의 경우 행복감(쾌감)이다. 개가 새우깡을 얻기 위해 서핑을 배우듯, 인간도 쾌감을 얻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인간이 음식을 먹을 때, 데이트를 할 때, 얼어붙은 손을 녹일 때 ‘아 좋아, 행복해’라는 느낌을 경험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또다시 사냥을 나가고, 이성에 관심을 갖는다. … 우리의 조상이 된 자들은 이 강렬한 기분을 느끼고 또 느끼기 위해 일평생 사냥과 이성 찾기에 전념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게 된다. -68p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많은 현대인의 삶이 행복과녁을 제대로 못 맞추는 이유가 쾌락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 쾌와 불쾌의 감정은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려주는 ‘생존 신호등’이다. 불쾌의 감정은 해로운 것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빨간 신호등’이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몇 번은 운 좋게 살 수 있어도 결국에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 쾌의 감정들은 ‘파란 신호등’이고 행복은 이런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존에 유익한 활동이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일에 계속 매진하라고 알리는 것이 쾌의 본질적 기능인 것이다.” -78p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별, 짝사랑 … 인간을 시름시름 않게 하는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하지만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기쁨 또한 사람을 통해 온다. 사랑이 싹틀 때, 오랜 이별 뒤의 만남, 칭찬과 인정… 왜 이토록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할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막대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존. 세상에 포식자들이 있는 한, 모든 동물의 생존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진다.” -83p

“짝짓기라는 궁극적인 생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타인이 필요하다. 포유류는 자기 혼자 유전자를 남길 수 없다.” -84p

“사람이라는 동물은 극도로 사회적이며, 이 사회성 덕분에 놀라운 생존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뇌는 온통 사람 생각뿐이다. -96p

” 첫째,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98p

“대학생뿐 아니라 많은 일반인도 복권 당첨과 행복을 동일시하지만, 실제로 복권에 당첨된 경우를 보면 이것이 답이 아니다. 왜 그럴까? 우선 감정이라는 것은 어떤 자극에도 지속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계속 반응해서도 안된다. 어쨌든 이 ‘적응’이라는 강력한 현상 때문에 아무리 감격스러운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일부가 되어 희미해진다. …. 복권당첨, 새 집, 안정환 골. 짜릿하지만 그 어떤 대단한 일도 지속적인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놀랍도록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좌절과 시련을 겪고도 다시 일어서지만, 기쁨도 시간에 의해 퇴색된다. 이런 빠른 적응 과정 때문에 비교적 최근의 일들만이 현재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 (약 3개월)” -108p

“극단적인 경험을 한 번 겪으면, 감정이 반응하는 기준선이 변해 그 후 어지간한 일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권 당첨 같은 일확천금의 경험은 장기적인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저주가 될 수도 있다. … 복권 당첨 후 그들은 TV 시청, 쇼핑, 친구들과의 식사 같은 일상의 작은 즐거움에서 이전 같은 기쁨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 큰 자극의 후유증이다.” -110p

“하지만 초콜릿을 우습게 생각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될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110p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114p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 아무리 대단한 조건을 갖게 되어도, 여기에 딸려 왔던 행복감은 생존을 위해 곧 초기화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123p

“학계의 정설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사실이 바로 행복과 유전의 관계다. DNA가 행복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 50%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134p

“유전과 행복을 각각 하나의 대륙이라고 한다면, 이 둘을 연결하는 보스포러스 다리가 있다.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 유전적 영향에 의해 외향성 수치는 어느 정도 정해지며, 그 외향성 정도가 개인의 행복수치와 깊은 관련을 맺는다.”-138p

“외향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외향성이 높을수록 자극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는 것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외향적인 사람들이 타인을 찾는 본질적인 이유가 자극 추구라는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 사실 사람만큼 ‘자극적인 자극’도 없다.”-139p

“내향적인 사람들도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다…. 그렇다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왜 외향적인 사람들만큼 타인과 어울리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싫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다. 사람이라는 자극은 양날의 검과 같다. 사람은 즐거움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때론 가장 큰 스트레슥가 될 수도 있다. …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런 사회적 스트레스를 더 예민하게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경험한다.” -144p

“뇌는 우리의 행복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도록 하기 위해 뇌는 설계되었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뇌는 사람이라는 생존 필수품과 대화하고 손잡고 사랑할 대 쾌감이라는 전구를 켜도록 설계된 것이다.” -151p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 ” -160p

“그렇다면 개인주의 문화의 어쩐 점이 개인의 행복 성취를 유리하게 만드는 것일까? … 우선 심리적 자유감이다. 자유감이란 사실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다. 이렇게 살기 위해 세상과 문을 닫고 기인이 돼야 하는 문화도 있다. 행복이라는 씨앗은 개인의 자유감이 높은 토양에서 쉽게 싹을 틔운다.”-162p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들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분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88p

이 짧은 책에서 이렇게 옮겨 적을 내용들이 많다니, 근래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뛰어난 책이다. 우선 행복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바로 잡아주고, 행복을 ‘관념’에서 구체적인 ‘경험’으로 끌어내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명확하게 보여준다.  빌려 읽었지만 소장해서 계속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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