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peace. Water Becker. (2017)

월터 베커 형님이 돌아가셨다. 가까운 사람이든, 좋아하는 뮤지션이든 누군가의 죽음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실감이 나지 않으니, 이상하게도 그렇게 슬프지 않다.

그런데, 월터의 딸이 올린 부고를 보니 한명의 위대한 뮤지션 이전에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실감이 간다. 그리고 새삼 슬퍼진다.

아마도 중학교 2학년이나 3학년 쯤 스틸리댄을 처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한창 딥퍼플이나, 아이언메이든 등 하드록이나 헤비메틀을 열심히 흡수하던 시기였다. 그 무렵 같이 음악을 듣던 단짝 친구인 은철이 집에서 스틸리댄 aja 앨범을 푸르딩딩한 빽판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은철이 형이 수집한 물건이었다. 물론 헤비한 음악에 빠져 있던 나에게 세련된 스틸리댄 음악이 들어올 리 없었다. 그래도 Deacon Blues 만큼은 귀에 쏙 들어왔다. 게다가 뒷면의 흑백의 사진을 보고, ‘ 이 사람들은 천재임이 틀림없다’ 라고 단정하고, 지금은 별로 와닿지 않지만 나중에 다시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사진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아래의 사진들 중 하나이거나 비슷한 느낌의 흑백사진일 것이다.

그 뒤 재수생활을 거쳐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다시 스틸리댄과 만났다.  재수 때 만났던 강지희라는 친구를 통해서. 그 친구는 음악을 나보다 훨씬 더 깊고 넓게 알고 있었는데, 스틸랜의 aja 앨범을 통째로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주었다. 그 시절 그 친구를 무척 좋아했는데, 어둡고 깊은 눈을 가진 친구였다. 아뭏튼 그 친구가 녹음해 준 테입을 계기로 스틸리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스틸리댄의 음악은 록, 재즈, 블루스, 팝 등 온갖 쟝르의 음악들을 미묘한 지점에서 혼합하고 그들만의 독특하고 모호한 가사들을 그 위에 얹어, 음악을 웬만큼 많이 듣지 않고는 좋아할 수 없는 밴드다.  나는 대학시절 상대방이 음악을 어느정도 들었는지를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용지로 스틸리댄을 사용했다. 스틸리댄을 안다고 하면 ‘음.. 음악 좀 아는데 ? ‘ 라는 생각이 들고 그 사람을 일단 ‘인정’하게 된다. 스틸리댄을 모른다면 ‘교화’의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중에 스틸리댄을 모르는 사람들은 많이 만났지만 알면서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은 못본 것 같다. 물로 나처럼 광적으로 좋아하진 않을테지만.

스틸리댄은 72년 Can’t buy a thrill에서 81년 Gaucho를 끝으로 7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남겼다. 이후 2000년에 재결성 해서  2003년까지 2장의 앨범을 남겼다. 46년의 밴드 경력(물론 중간에 긴 휴지기가 있었지만)에 단 9장의 앨범은 너무 적은 수이지만, 모든 앨범들이 명작이라고 할 만하다.  아마도 이 정도의 균일한 고퀄러티 컬렉션은 레드 제플린의 전집 정도가 필적할 만 하다.  전성기가 훨씬 지난 2000년 이후의 두 앨범에도 꽤 훌륭하다. 아마도 이들이 뛰어난 뮤지션이기 이전에 songwriter이자 완벽을 추구하는 producer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한번도 그를 만난 적도, 공연을 직접 본 적도 없지만 그를 상당히 가깝게 여긴다. 거의 30년 이상 그의 음악들을 꾸준히 들어왔다. 그가 도널드 페이건과 함께 만든 음악들은 무수한 시간동안 내 몸속을 흘러 나의 정체성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이상하게 슬프지 않다. 사람이 죽어 먼지가 된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지만 정말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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